정부가 일부 비급여 진료 남용 예방을 위해 본인부담금을 95%까지 올리는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의료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에서 이미 유사한 정책을 시행했음을 지적하며 실패원인과 기대효과 등을 보다 더 명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9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실손보험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서남규 비급여관리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비급여 관리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꼭 필요한 치료는 건강보험을 통해 보장하면서, 의학적 필요성을 넘어 과잉 또는 남용되는 비급여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
비급여 진료 규모는 계속해서 증가해 2023년 기준 20.2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4년 11.2조원에서 2배 가까이 증가한 셈.
이에 정부는 '관리급여'라는 영역을 신설해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을 관리할 방침이다. 관리급여의 본임 부담률은 90~95%로 적용될 예정이며,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비급여주사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혼합진료라고 불리는 비급여·급여 병행진료도 제한된다. 미용·성형 등 비급여 진료와 급여 진료를 함께 받고 실손보험을 청구할 경우, 급여 진료 또한 모두 본인이 비급여로 부담하게 된다는 것.
이와 함께 비급여 관리 강화를 위해 의료기관마다 달리 쓰이는 명칭을 표준화하고, 가격과 총진료비, 안전성 평가, 대체 급여 항목 등을 정부 차원에서 공개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서남규 비급여관리실장은 "중증질환이나 필요한 곳에 사용됐다기보다는 경증에 가까운 비급여가 대다수로 이러한 부분들로 환자 부담이 늘어난 것이 문제"라며 "특히 비급여는 병원별 가격이나 진료기준, 사용여부 등에 대한 편차가 크고 안전성이 의심돼도 재평가를 통한 퇴출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의원을 중심으로 비급여 비중이 치솟고 있고, 선택 비급여 역시 비중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며 "환자 측면에서는 충분한 정보를 기반으로 치료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필수의료 강화 및 건전한 의료공급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비급여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비급여 정보, 공개해도 실손보험 체계 아래서 감소 효과 기대 어렵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 전문가들은 정부의 비급여 관리 체계가 더욱 명확하고 섬세하게 진행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차의과대학 지영건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공급자와 시민단체 등이 의료수가와 비급여를 두고 상당히 오랜 갈등을 겪어 오다가 실손보험사가 개입하며 공고한 체계가 만들어졌다"며 "환자들도 비급여를 불편해하지 않고 보험회사와 병의원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이날 발표한 '관리급여'가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하던 '선별급여'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지영건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때 4대중증, 3대비급여라는 말이 있었는데 선별급여라는 것을 만들어 비급여를 관리하려 했다. 이는 관리급여와 유사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문케어가 등장하고 흐지부지되던 상황 속 관리급여가 등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선별급여 등이 고유의 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했는지, 실패했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관리급여 추진을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행진료와 관련해서도 "기준을 확고하게 만들고 적용해야 하는데 '남용'이라는 불명확한 기준을 사용하다 보니 오해를 받는 부분이 있다"며 "전략적으로 병행진료 금지가 왜 필요하고 기준은 무엇인지, 어떤 항목이 포함되는지 등을 명확하게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급여 정보 공개 등은 얘기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다. 실손보험 체계 아래서 비급여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며 "정보 공개가 국민들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등 효과를 명확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조우경 필수의료총괄과장은 "비급여 관리의 가장 큰 목적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완화"라며 "의학적 필요도 넘어서 발생하는 일부 비급여는 관리급여로 분류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급여 통제에 관한 의료계 우려가 큰 것을 알고 있다"며 "이번 계획은 병원협회를 중심으로 의개특위 논의하면서 마련됐는데 향후 추진 시에는 여러 의료계 전문가 의견을 적극 반영해 걱정스러운 부분을 제거해 나갈 수 있도록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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