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나는 퍽 건강하지 않은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학교를 가지 않으니 풀어질 대로 풀어졌다. 최근까지 새벽 4시에 자고 점심 즈음에 일어났다. 삼시세끼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다.
이번 달부터 반드시 운동하겠다는 선언은 1년 전부터 지금까지 공허한 메아리요, 지인들과의 대화 속 흔한 농담거리에 불과했다. 날씨가 어떻든 가만히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누워 있는 채로 쌓여 있는 할 일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갑갑했다. 최근 들어 하는 일이 많아졌기에 더 강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남과 비교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인턴십을 열심히 다니고 있고, 누군가는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조급함과 자괴감이 움직이지 않는 침대 속의 나에게서 스멀스멀 피어나왔다. 이렇게 부끄러웠던 일상을 공유하는 이유는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상이 우연하게 작은 변화들만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첫 번째 변화, 기상에 강제성이 생겼다. 2주 전부터 9시 출근을 시작했다. 의무감으로 아침 일찍 일어났다. 덕분에 아침을 챙겨 먹었고, 거꾸로 가던 수면패턴이 돌아왔다. 규칙적인 생활은 하루의 시작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주었다.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먹게 되니 먹는 양도 늘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점은 아침의 '여유'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차가운 아침 공기와 함께 밖을 걸어다니며 익숙한 공간들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었다. 햇살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거리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칙칙한 콘크리트 거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우리 동네를 다시 보게 되었다.
두 번째 변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 짜증나거나 피곤한 일상이 반복되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의 필요성을 통감했다. 인터넷상의 자극적인 글들과 영상에서 벗어나 이불 밖으로 나가야 했다.
이 상황을 나는 단순 호기심에 시작한 동네 보드게임 모임에서 해결했다. 대화하며 카드를 주고받고,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즐거웠다. 최근에는 해저도시 건설을 테마로 한 '언더워터 시티즈'라는 보드게임을 했다.
보드게임 한판에 3시간이 걸리더라도 재밌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게임 안에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그 시간 자체를 즐기니 괜한 경쟁심을 가지지도 않게 됐다. 보드게임이라는 건전한 취미를 통해 나 자신을 환기시킬 수 있는 하나의 도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 변화, 속해 있는 단체에서 오프라인 만남을 많이 가지게 됐다. 내가 속해 있는 비영리단체 투비닥터에서 임원진을 맡으며 일반 팀원들과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을 늘려보자 생각했다. 구성원들을 만나면서 서로의 일상부터 단체의 방향성까지 직접 만나 논의하는 시간을 보냈다.
비대면으로 회의를 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의견을 듣고 나의 관점을 넓힐 수 있었다. 실제 만남에서 오는 교감은 온라인으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이는 관계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들은 단순한 일상의 변화를 넘어서 나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켜주었다. 규칙적인 생활, 의미 있는 취미 활동, 그리고 진정성 있는 대인관계는 건강한 삶의 토대가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제 21개월의 사회복무 기간을 앞두고 있다. 인생의 큰 변곡점일 수도 있는 시점에서, 건강한 습관들을 하나하나씩 갖추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사회복무 기간도 이러한 건강한 습관들을 더욱 단단히 다지는 시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나의 게을렀던 일상에 공감하는 이들에게도 응원의 말을 건네고 싶다. 건강해지자. 건강해야 뭐든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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