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 일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이를 주도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가정의학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에는 국내외 제약사들은 물론 헬스케어 기업들이 대거 자리하며 변화하는 트렌드를 보여줬다.
고혈압부터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까지…제약사 총출동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9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춘계학술대회 및 53회 연수 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학회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800여명이 자리해 고혈압과 당뇨병, 비만 등 다양한 만성질환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신영통삼성내과)은 "이번 학회는 원점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로 가정의학과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만성질환 관리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며 "이러한 취지에 맞춰 역대 최대 수준으로 회원들이 함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위상을 증명하듯 이날 학회에는 국내외 제약사들과 헬스케어 기업들이 빼곡하게 부스를 열고 마케팅 활동을 이어갔다.
일단 글로벌 혈압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오므론헬스케어가 학술대회자에 참여해 홍보를 진행했다.
이날 오므론헬스케어는 자동전자혈압계 현장 판매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동맥경화 협착검사 기기를 전시하고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을 맞았다.
비만시장에서 가정의학과의 위상을 보여주듯 이날 노보노디스크도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인 위고비를 전면에 내세워 관심을 끌었다.
가정의학과의사회 임원은 "오므론헬스케어 부스와 위고비 부스가 오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시대 흐름이 반영된 것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당뇨병과 고혈압외에도 이상지질혈증 약물도 큰 축을 차지했다. 다양한 복합제 출시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일단 이상지질혈증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미약품은 로수젯을 전면에 내세워 대형 부스를 마련했다.
또한 2, 3위를 달리는 JW중외제약도 리바로와 복합제 리바로젯을 홍보하기 위한 부스를 열고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아울러 유한양행도 최근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복합제 로수바미브를 중점적으로 홍보했고 SK케미칼은 3제 복합제인 토스젯 에이정을 알리는데 집중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모인 자리이니 만큼 이번 학술대회에는 소화기 계열 약물들과 백신, 진통제 등에 대한 마케팅도 활발히 이뤄졌다.
HK이노엔은 역시 위산분비차단제인 케이캡을 집중 홍보했고 동아ST 역시 P-CAB 제제인 자큐보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대원제약은 최근 NSAIDs 계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펠루비에스정을 알리는데 노력했고 GSK는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싱그릭스에 대한 마케팅을 이어갔다.
만성질환 관리사업, 실손보험 개정 등 화두 논의
아울러 가정의학과의사회는 학술대회를 맞아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의대 정원 문제부터 일차 의료 만성질환 관리 사업, 실손보험 개정 등 다양한 논란을 정리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일단 의대 정원 문제에 있어 의사회는 명확한 책임과 투명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은 "정부에서 의대생들의 복귀를 조건으로 정원 동결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미 증원된 1500명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며 "또한 정책 실패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요구 조건에 대한 투명한 논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속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일차 의료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본사업에 들어간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에 대해서도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쓴소리를 이어갔다.
취지와 다르게 일차의료기관과 환자 모두 참여율이 저조한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의사회의 주장이다.
의사회 유승호 공보이사(입북삼성가정의학과의원)는 "본사업 시행 이후 기본 교육을 이수한 일차의료기관 원장들 중 30%가 심화 교육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그만큼 일차의료기관 입장에서 참여를 꺼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 의사회는 환자 본인부담금에 대한 부담과 검진 바우처 중단, 또한 과도한 행정적 부담과 낮은 수가를 꼽았다.
강태경 회장은 "환자 입장에서는 굳이 본인부담금을 내고 추가적인 교육을 받는 셈인데 이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며 "또한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 한명당 입력해야 하는 항목이 너무 많아 환자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또한 통장 개설부터 바우처 제한 등 실무선에서 해결돼야 하는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한 상황"이라며 "결국 취지가 만성질환이 중증질환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환자와 의사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사회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실손보험 개편과 비급여 관리 강화가 만성질환 관리 등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개원의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환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으며 의료기관 운영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의사회 김성배 총무부회장(미래의원)은 "실손보험은 결국 급여 체계에서 충족되지 않은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환자와 보험사가 상호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이를 굳이 공공 차원에서 급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의대 정원 사태와 같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강태경 회장도 "환자의 재산권을 박탈하는 이러한 조치로 인해 환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으며 이를 모두 개원의들이 받아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분명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이러한 급진적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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