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고혈압과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수년간의 시범사업 끝에 지난해 9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에 들어간 상황.
일차의료기관, 즉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만성질환 관리 체계를 구축해 고혈압과 당뇨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본사업이 시행된지 반년이 흐른 지금 임상 현장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참여율 또한 답보 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메디칼타임즈가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곽순헌 건강정책국장과 일차의료의 핵심 축인 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 또한 기술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기업 대표인 오므론헬스케어 아다치 다이키 대표와 함께 답을 모색했다.
■ 고혈압 예방과 관리 핵심은 '지속적 모니터링'
우선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은 지속적 모니터링과 관리라는 점에 입을 모으며 이를 위한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은 "현재 일차의료기관에서 고혈압 진료를 받는 환자는 50%가 넘지만 여전히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종병에서 진료를 받는 고혈압 환자가 전체 중 25%에 달한다"며 "상식적으로 중증질환을 담당해야할 병원에서 이들을 세세하게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로 이는 일차 의료기관에서 담당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이유로 강 회장은 고혈압 환자들이 여전히 질환에 대한 인지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처방약 복용을 꺼린다는 점에서 치료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이에 대한 상담과 관리를 이어가야 하지만 일차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할 현실적인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고혈압 약물에 대한 오해때문에 환자들이 약을 먹는 것이 좋지 않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려면 지속적으로 의사와 환자간의 관계, 소위 '라포'를 구축해야하는 만큼, 충분한 진료 시간을 확보하고, 경제적 측면을 포함해 필요한 검사를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므론헬스케어 아다치 다이키 대표 역시 "현재 한국의 경우 고혈압 인지율은 77%, 치료 참여율은 74%, 관리율은 59%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에 있다"며 "하지만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30대 고혈압 환자들의 경우 인지율과 관리율이 낮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해 치료와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으며 장기적인 생활 습관 관리와 병원 방문은 바쁜 일상 속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일률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환자 개인의 생활 환경과 패턴에 맞춘 맞춤형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원활한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 기대감…'시스템'이 핵심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고혈압 관리에 있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과거 유사한 사업이 꾸준히 있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며 이번 사업이 고혈압 관리의 탄탄한 기반이 되기를 기대했다.
강태경 회장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도의 경우 과거 사업들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보완한 제도로 환자와 의료기관 사업으로 유인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 번에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제도가 진행되면서 문제점들을 계속 보완해 간다면 이전에 실패했던 사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성공적으로 만성 질환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정착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업을 통해 만성질환 합병증에 따른 중증 환자 감소와 건보재정 건전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강 회장은 "만일 일차 의료기관에서 성공적으로 고혈압과 당뇨병 조절을 잘할 수 있게 된다면 획기적으로 조절률을 향상시키면서 대표적인 활동증인 만성 콩팥병과 심뇌혈관 질환 등 소위 위중증 환자의 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줄어들고 있지 않은 심혈관 질환의 확산을 줄임으로써 중증 환자 관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3차 의료기관의 과부하도 줄어들고 전체 국민 의료비 절감의 효과까지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아다치 다이키 대표는 "긴 시간에 걸쳐 한국 의료기관과 환자의 특성을 감안해 보완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오므론헬스케어 또한 오랜기간 고혈압 관리 사업을 진행해 온 만큼 사업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므론헬스케어는 오랜 역사를 가진 혈압 관리 기업으로써 정확도가 높은 기기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지속적인 가정혈압 모니터링을 통해 의료진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적절하게 제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번 사업을 넘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혈압 교육은 물론, 고혈압 관리에 대한 인식 확산 등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타임즈 박상준 취재보도본부장은 사업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적절한 재정적 지원은 물론 지속성을 위한 시스템의 꾸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상준 본부장은 "환자의 참여와 의료진의 업무 증가에 따른 적절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가장 중요한 환자가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끔 적절한 동기부여가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또 "의료기관 간에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이나 관련 앱 등을 통해 데이터를 관리하고 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서비스 질이 유지되는 것이 힘들고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을 정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상시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부와 의료계 및 산업계 사업 성공 위해 발 맞춰야
이같은 제안에 대해 보건복지부 곽순헌 국장 역시 공감하며, 지속적인 개선과 만성질환관리사업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이 되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곽순헌 국장은 "정책 시행 이후 시범사업에 비해 환자들의 본인부담이 다소 높아졌고 이로 인해 일부 탈락하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긍정적인 것은 시범사업 지역에서 신규로 사업에 참여한 의원이 500개소 이상으로 늘었으며 본사업으로 들어와서 처음 참여하는 지역에서도 참여 의원수와 환자수가 꽤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제일 중요한 부분은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라포'로 제도를 처음 설계할 당시부터 간호사 등과 다학제로 팀을 이뤄 지속 관리를 위한 툴을 마련했는데 개원가의 현실상 한계가 나타나는 것 같다"며 "다양한 인센티브제와 성과 보상을 통해 개원가 의료진이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는 물론 본인부담율 증가에 따른 환자들의 부담에 대해서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곽순헌 국장은 "본 사업에서 증가한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상쇄시킬 수 있는 건강실천카드를 도입했지만 아직까지는 발급률이 높지 않다"며 "이에 환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은행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질환을 관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등도 고려해야하는데 이 사업이 질환을 베이스로 두는 것이 아니라 환자 중심의 베이스를 둔 느슨한 형태의 주치의 개념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업들과 연결이 될 수 있다"며 "환자 중심의 1차의료 혁신사업도 곧 출발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성과 등이 나온다면 향후 사업을 결합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곽순헌 국장은 "이 사업은 결국 단골 의사선생님을 찾아가 주기적으로 고혈압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의료진의 참여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신뢰할 수 있는 가정혈압 모니터링 또한 핵심 요소"라며 "보다 쉽고 편하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만큼 가정의학과 개원의들과 산업계의 더욱 큰 관심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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