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에게 적용되는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검사의 급여 혜택이 다른 암종에는 축소되면서, 이를 둘러싼 임상적 근거와 정책적 재검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암학회는 최근 국립암센터가 수주한 유전체 검사 관련 국가 연구 과제에 자문을 맡아 향후 정책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3일 암학회는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NGS 급여 혜택 축소 이후 대응 방향에 대해 공개했다.
NGS 검사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1회에 한해 본인부담률 50%를 적용받는 '선별 급여' 형태로 시행됐지만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부터는 폐암을 제외한 암종에 대해 본인부담률이 80%로 상향 조정되면서 사실상 급여 축소가 이뤄졌다.
암 환자 입장에서 고가의 유전자 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비용 문제로 치료 전략 결정에 필요한 검사를 포기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암학회는 유방암, 췌장암, 난소암 등에서도 NGS 검사가 실제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급여 체계가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발하는 상황.
이와 관련 라선영 암학회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은 "NGS는 암 치료에 있어 표준적인 도구 중 하나가 됐지만, 지금은 폐암 외 타 암종 환자들은 비용에 부담을 느껴 쉽게 접근하지 못 한다"며 "작년부터 급여가 축소되면서 실질적으로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이슈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방암 분과를 중심으로 학회가 공청회 등을 개최하며 여론을 환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국립암센터가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NGS 등 유전체 검사의 임상적 유용성 평가 연구 과제를 수주해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찾는 데 드는 비용과 그 결과로 얻을 수 있는 치료 방향 결정, 생존율 개선 등의 연계를 분석해 NGS 검사의 실제적 비용 대비 효과성을 다룰 예정이다.
라 이사장은 "암학회는 연구 과제의 한 파트로 참여하게 돼 근거 자료의 활용 및 임상적 유용성 부분에 자문을 하게 된다"며 "연구가 올해 시작돼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정책적으로 유용한 근거 자료를 산출하고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NGS 검사를 통해 어떤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고, 그것이 환자 치료에 어떤 변화를 줬는지를 근거로 제시하게 된다면 향후 급여 기준 재정립에 핵심 자료가 될 수 있고, 암종별 접근성 격차가 줄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학회 측의 판단.
실제로 최근 국내외 주요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NGS 검사를 통해 드물지만 치료 타깃이 명확한 유전자 변이를 찾아 치료제를 바꿨을 때 생존율이 높아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유방암이나 난소암에서 BRCA1/2 돌연변이를 확인해 PARP 억제제를 적용하거나, MSI-high가 발견된 암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해 효과를 본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암종에 따라 드물게 나타나는 유전자 이상이더라도, 적절한 표적 치료제가 존재하는 경우 NGS 검사는 진단을 넘어 실질적 치료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라선영 이사장은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유전체 정보를 통해 치료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 암 치료의 현재이자 미래"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급여 기준이 다시 재정립되고, 암종별 접근성 격차가 줄어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암학회는 연구 근거 축적을 위해 다양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학회는 2년 주기로 국내 암 연구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해 정책 결정자와 연구자, 대중에 제공해 왔으며, 오는 11월에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두 번째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학회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손잡고, 지난 10년간의 국내 암 연구 흐름을 서지 분석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대규모 공동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연구는 1년에서 1년 반 가량 소요될 예정이며, 국내 암 연구의 변화 양상과 향후 방향성을 담은 전문 리포트로 발간될 예정이다.
한림원은 통상 4년 주기로 전체 의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포괄적으로 분석해 왔으나, 이번에는 '암 연구'라는 단일 주제를 중심으로 보다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한다.
라선영 이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연구 개요 나열이 아니라, 실제 논문 데이터 기반의 서지 분석을 통해 한국 연구자들이 지난 10년간 발표한 암 관련 논문의 수, 주제, 인용 빈도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한다"며 "이를 통해 시대별 연구 트렌드 변화, 학문적 영향력, 국내 연구자들의 글로벌 학술 기여도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암 연구, COVID-19 팬데믹이 암 진단 및 치료에 미친 영향 등도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국내 연구에서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는 향후 학술적 용도뿐 아니라, 정책 수립 및 연구 지원 방향 설정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라 이사장은 "국내 연구 수준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도 함께 분석할 예정이며, 이는 향후 연구자 지원이나 국가 암 연구 전략 수립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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