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에 육박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많은 가정에서 이미 체감하는 현실이다.
필자의 부모님도 연로하시다 보니 예기치 못하게 혹은 예정된 일정으로 병원을 방문하셔야 하는 경우가 잦고, 이제는 홀로 병원을 찾으시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족이나 요양보호사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고, 병원까지 모시고 가는 일, 진료실에서 어려운 의학 정보를 이해하고 기록하는 일, 검사실과 약국을 오가는 복잡한 동선을 함께하는 일, 모든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의료진의 중요한 설명이 누락되거나, 다음 번 동행자가 달라질 경우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위험도 크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기는 비효율과 기회비용은 차치하더라도, 결국 환자의 치료 결과나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현재와 같은 의료기관 중심의 외래·입원 구조가 과연 고령 환자에게 적절한가? 노쇠가 진행된 환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가 아닌가?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자의 저하된 기능에 맞추어 의료가 집으로, 생활공간으로 찾아가는 변화일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맞이한 일본과 대만은 어떤 해법을 모색했을까? 일본은 2013년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하여 재택의료를 제도화했고, 2025년 현재 1차 목표를 마무리하며 2040년 계획을 수립 중이다. 재택 진료 이용자 중 95%가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로, 의료와 돌봄의 통합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만은 1995년부터 재택의료 계획을 추진했고, 2016년 이를 공식화했다. 환자 집을 중심으로 왕진과 간호, 24시간 전화 상담, 호스피스 돌봄까지 통합 제공하는 체계를 갖췄다. 특히 여러 직군으로 조합된 팀이 환자의 10km 생활권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병원 중심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물론 두 나라 모두 인력 부족과 재정 압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우리보다 한발 앞서 구체적 제도를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는 점, 해결책으로 내놓은 정책 방향이 유사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방문 진료와 왕진 제도를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제도적 미비와 낮은 수가, 환자와 의료기관 간 연결 고리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돌봄통합지원법'이 지역사회 돌봄의 제도적 기반이 될 전망이지만, 재정과 인프라 부족이라는 구조적 난관은 여전하다.
여기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웨어러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연속 혈당 측정기(CGM) 등의 바이오센서를 활용하면, 의사·간호사·가족이 동일한 데이터를 공유하며 환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는 돌봄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최근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어시스턴트 기능을 활용하면 인력 부족 문제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
재택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을 위해 다음의 세 가지 과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1. 현실적 수가 체계 마련 –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합 관리에 대하여 충분히 보상하는 구조.
2. 지역 기반 디지털 인프라 강화 – 의사회와 지자체 주도의 환자-의료기관 연계 지역 디지털 플랫폼 구축.
3. 디지털 헬스케어 통합 – 경쟁력 있는 공공/민간 솔루션을 보험제도 안에 편입하고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 표준화.
초고령사회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 의료기관 중심 구조로는 고령 환자의 특수한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필자가 직접 겪는 부모님 돌봄의 사례처럼, 많은 가정이 이미 같은 어려움을 감당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경험이 보여주듯, 재택의료와 방문 진료, 그리고 디지털 헬스케어의 접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국가적 과제이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의료계,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 대안을 실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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