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가이드라인은 55mg/dL를 말하고 있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아무도 그 숫자를 진지하게 목표로 삼지 않았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이용준 교수(심장내과)는 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유한양행 기자간담회에서 Ez-PAVE 연구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 가이드라인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의 LDL-C 목표를 55mg/dL 미만으로 제시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이를 직접 비교한 무작위배정 연구 근거가 없었다. "가이드라인을 바꿔보자"는 문제의식이 이 연구를 시작하게 했다.

LDL-C 목표치 55 vs 70, 3년간 직접 맞붙었다
Ez-PAVE 연구는 국내 17개 기관에서 ASCVD 환자 3048명을 모집해 LDL-C 목표치 55mg/dL 미만의 집중치료군과 70mg/dL 미만의 일반치료군으로 무작위 배정하고 약 3년간 추적 관찰한 전향적 연구다.
추적 기간 동안 달성된 LDL-C 중앙값은 집중치료군 56mg/dL, 일반치료군 66mg/dL로 두 군 사이에 명확한 차이가 유지됐다. 1차 평가변수인 주요 심혈관 복합사건(MACE) 발생 위험은 집중치료군에서 일반치료군 대비 33% 유의하게 감소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우월성이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재관류 시술 등을 평가지표에서 제외한 분석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이다. 공개표지(open-label) 설계의 한계를 스스로 검증한 셈이다.
PCSK9 저해제 없이도 가능했다
이번 연구가 임상 현장에 던지는 메시지 중 하나는 "비싼 약 없이도 된다"는 것이다. 집중치료군에서 PCSK9 저해제를 사용한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스타틴 단독요법 또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으로 목표에 도달했다. 이 연구에서 병용요법제로 사용된 것이 유한양행의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로수바미브'다.
PCSK9 저해제는 효과는 강력하지만 높은 비용과 주사 투여의 불편함으로 실제 처방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국내 의료보험 환경과 처방 패턴을 반영한 이번 연구는 경구용 병용요법만으로도 엄격한 LDL-C 관리가 가능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집중치료군의 LDL-C 수치는 추적관찰 1개월 시점부터 3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해 장기 치료 유지 가능성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LDL-C를 극단적으로 낮출 경우 우려되는 안전성 문제도 면밀히 살폈다. 신규 당뇨병 발생, 근육 관련 이상반응, 간 효소 상승 등 주요 이상반응은 두 군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일부 신장 기능 지표에서는 집중치료군의 결과가 더 양호하게 나타났다.
이날 좌장을 맡은 김병극 교수는 "LDL-C를 55mg/dL 미만으로 관리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큰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실제 임상환경에서 명확히 보여준 연구"라며 "로수바미브와 같은 병용요법을 통해 강력한 LDL-C 강하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변화의 근거 될까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3월 28일(현지시각)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26 미국심장학회(ACC) 연례학술대회에서 최신 임상연구(Late-Breaking Trial)로 발표됐으며, 같은 날 세계적 권위의 의학 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게재됐다.
유럽 가이드라인은 이미 55mg/dL 미만을 권고하고 있으나, 미국 가이드라인은 2025년까지도 특정 수치보다 치료 강도 기반 접근을 유지해왔다. 이번 무작위배정 연구가 그 공백을 채우는 직접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가이드라인 개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구진은 로수바미브 기반 치료 전략이 심혈관질환 재발 예방에 제공하는 장기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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