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임명 후 100일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공공성을 바탕으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춰 약가제도 개편안을 구체화하는데 노력을 다하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종봉 약제관리실장은 임명 100일을 맞은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이후, 심평원 약제관리실은 유례없는 정책 변화의 실무 중심지로 부상하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0일 메디칼타임즈는 심평원 김종봉 약제관리실장을 만나 정부 약가 정책의 핵심 이행 과제와 향후 실무 구체화 방안에 대한 계획을 들어봤다.
악가제도 개편 현실화 주력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해 신약의 혁신 가치 보상과 약제비 지출 효율화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심평원 약제관리실은 ▲희귀질환 치료제 등의 등재 기간을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신속 등재 체계' 구축 ▲혁신신약 우대를 위한 'ICER 임계값' 탄력 적용 ▲제네릭 산정률 40%대 하향 조정 및 사후관리 고도화 ▲필수의약품 원가 보전 실무 등을 책임지고 수행하게 된다.
사실상 복지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의 거시적인 정책 방향을 심평원이 실무적인 '디테일'로 채워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것이다.
김종봉 실장은 "복지부가 그린 큰 그림에 정밀한 색을 입혀야 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실행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환자의 접근성과 재정 지속 가능성이 조화를 이루는 약가 생태계를 반드시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현재 110여명이 조금 넘는 심평원의 약제관리실 규모로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의 구체안 마련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적지 않은 상황.
그는 "기획재정부에 현재 10명의 수시증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방대한 문헌 검색이나 제외국 약가 비교 업무에 AI를 활용해 검토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보려 한다"며 인력과 기술을 동시에 동원해 업무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동시에 약가제도 개편안에 더해 시시각각 나타나는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 아스텔라스)-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한국MSD)'로 표면화 된 신약 간 병용요법 급여 논의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 간 병용요법 개발과 활용이 늘어나는 동시에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활발히 도입되고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싼 급여 논의 개선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뜻이다.
'파드셉-키트루다' 사례처럼 신약 간 병용요법인데다 소유 기업이 다른 사례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더 늘어날 만큼 이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종봉 실장은 "파드셉과 키트루다 등 병용요법 약제 관련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며 "앞으로 신약 간 병용요법은 더 늘어나고 국내 도입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이에 대비할 수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 현장서 답 찾는다
특히 김 실장은 최근 수급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는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에 대해 남다른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지난 3월 복지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안에도 '수급 불안정 의약품의 원가 보전 및 국산 원료 사용 시 약가 가산' 등의 내용으로 명문화된 핵심 과제다.
실제로 최근 주요 상급종합병원조차 필수 약제의 재고 소진 시점을 장담하지 못해 치료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혈액학회는 "도노마이신, 빈블라스틴 등 과거 100원도 안 하던 기초 항암제들이 품절돼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십만 원을 들여 가져와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이라며 정부의 관리 체계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종봉 실장은 최근 직접 필수의약품 생산 공장을 방문하며 이러한 위기감을 확인했다.
그는 "10원, 30원 차이로 생산을 포기해야 하는 제약사의 고충을 현장에서 목격했다"며 "단순히 서류상의 숫자를 검토하는 것을 넘어, 제약사가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을 확보해 주는 것이 심평원의 실무적 역할"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질적인 개선안을 마련함으로써, 환자들이 약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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