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전립선암을 비롯한 비뇨기암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비뇨의학과의 수술 패러다임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단순히 암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얼마나 정밀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마치는지, 나아가 삶의 질을 충분히 보존할 수 있는지가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는 곧 수술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비뇨기암 수술은 개복 중심이었다. 좁은 골반 깊숙이 위치한 전립선과 복막 뒤에 자리한 신장 등 해부학적 특성상 넓게 절개하지 않고는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복강경 수술이 등장하며 비뇨기암에서도 최소 침습 수술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역시 로봇 수술이다. 로봇이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또 한번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여러 개의 포트(구멍)를 뚫던 기존 다중공(Multi-port)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구멍만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단일공(Single-port) 로봇수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 일각에서는 단일공 수술이 단순히 침습 범위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수술 전략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로봇 수술 전성이 이끈 비뇨기암…이제는 단일공 시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홍성후 교수(로봇수술센터장)를 만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단일공 시술의 임상적 가치를 알리고 있는 그를 통해 비뇨기 분야의 수술 트렌드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홍성후 교수는 "초기 로봇수술 도입 당시만 해도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직접 임상 경험이 쌓이면서 복강경으로는 넘기 어려웠던 한계를 로봇이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개인 수술의 약 95%를 로봇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단일공(SP) 시스템을 기반으로 수술 전략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며 "특히 비뇨기암은 해부학적 특성상 단일공 시스템의 장점이 가장 극대화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립선암은 로봇수술 확산을 이끈 대표 암종으로 꼽힌다.
전립선은 좁은 골반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고 주변에는 혈관과 신경, 괄약근 등이 밀집돼 있어 과거 개복 수술 시에는 시야 확보 자체가 쉽지 않았다. 수혈이 거의 기본처럼 이뤄졌고 요실금 등의 합병증도 빈번했다.
복강경 수술이 등장하며 시야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됐지만 또 다른 한계가 있었다. 전립선 절제 후 요도와 방광을 다시 연결하는 재건 수술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복강경 기구 특성상 직선 움직임만 가능해 좁은 골반 안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봉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로봇수술이 빠르게 확산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손목처럼 자유롭게 꺾이는 로봇 기구가 재건 수술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전립선암 수술 대부분이 로봇 중심으로 재편된 배경이다.
홍성후 교수는 "전립선암은 좁은 골반 안에서 정교한 재건이 필요한 대표 수술"이라며 "기존 복강경의 구조적 한계를 로봇이 해결하면서 비뇨의학과에서는 사실상 로봇수술이 표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단일공(SP) 시스템을 기반으로 새로운 수술 전략이 가능해지고 있다"며 "구멍을 줄이는 것을 넘어 수술 접근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세계 로봇 수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인튜이티브의 4세대 로봇 다빈치 SP(da Vinci SP) 시스템이 나오면서 단일공의 장점을 로봇 수술에서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은 비뇨기암 수술에 획기적 전환점이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
실제로 단일공 로봇수술은 기존 다중공 수술과 구조 자체가 다르다. 가장 중요한 차별성은 바로 수술에 필요한 이른바 '삼각구도'의 형성 방식이다.
기존 다중공 방식은 여러 개의 포트를 통해 기구를 넓게 벌려 삼각 구도를 만든 뒤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반면 단일공 SP 시스템은 하나의 포트로 진입한 뒤 몸 안에서 기구가 펼쳐지며 자동으로 삼각 구도가 형성된다.
어렵게 삼각구도를 잡고자 애쓰지 않아도 어느 방향에서건 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러한 구조는 좁은 공간에서 특히 강점을 발휘한다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예가 전립선과 신장이다. 전립선은 원래 좁은 골반 안에 위치해 있고 신장은 복막 뒤 후복막(retroperitoneum)에 자리한 장기다.
기존 다중공 수술에서는 넓은 공간 확보를 위해 장을 젖히고 복막을 통해 접근해야 했지만 SP는 오히려 좁은 공간 자체에 최적화돼 있어 후복막 접근에서도 장점을 발휘한다.
홍성후 교수는 "기존 다중공은 넓은 공간을 전제로 설계됐지만 SP는 처음부터 좁은 공간에서 작동하도록 만들어졌다"며 "전립선과 후복막 신장 수술처럼 좁은 공간에서의 수술 효율성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하나의 포트로 진입해 몸 안에서 삼각 구도를 자유롭게 회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 SP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수술 타깃 위치에 따라 기구 전체 방향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어 기존 다중공에서는 어려웠던 접근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러한 SP의 특성을 활용해 이른바 '반전 접근법(Inversion Technique)'이라는 새로운 술기까지 개발했다.
이는 SP 시스템의 삼각 구도 회전 기능을 180도까지 확장 적용한 방식으로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아 다양한 학술대회에서 강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반전 접근법은 과연 무엇일까. 기존 수술 방식은 종양이 위쪽에 위치한 경우 집도의가 위를 향한 상태로 봉합해야 해 인체공학적으로 부담이 컸다.
하지만 SP에서 화면 방향을 전자적으로 상하 반전시키면 과거 수술 했던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시선을 보며 자연스러운 자세로 봉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이 접근법은 최근 비뇨기암 수술에서 주목받는 공간 보존형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RS-RARP)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레치우스 보존법(Retzius-sparing approach)은 요실금 회복 측면에서 기존 접근법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봉합 방향이 위쪽을 향해 인체공학적으로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널리 확산되지 못했다.
홍성후 교수는 "반전 접근법을 적용하면 손의 움직임과 시야 방향이 일치하게 되면서 기존 집도의들에게 익숙한 방식 그대로 봉합이 가능해진다"며 "요실금 회복 측면에서 우수한 레치우스 보존법의 확산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환자들이 단순 생존율보다 삶의 질(QoL)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이러한 접근의 임상적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SP와 반전 접근법은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수술 패러다임까지 바꾼 SP 시스템…로봇 수술 종착역"
단일공 수술의 강점은 적용 질환 확대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신우요관암 수술이다. 신장과 요관, 방광 입구까지 광범위하게 제거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지만 SP는 하나의 절개만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연속 수술이 가능하다.

홍 교수는 "다중공에서는 신장과 방광 쪽 포트 위치가 달라 항상 타협이 필요했지만 SP는 하나의 절개만으로 모든 방향 접근이 가능하다"며 "현재는 모든 신우요관암 케이스를 SP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통증 감소와 상처 최소화, 빠른 회복 같은 최소침습 장점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수술 결과 자체에서도 우수성이 입증되기 시작하고 있다"며 "SP는 단순히 구멍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수술 전략 자체를 바꾸는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서울성모병원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단일공 수술 교육의 거점 역할도 맡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인튜이티브의 TPO(Total Program Observation) 센터로 지정돼 국내외 의료진들이 단일공 수술 시스템과 운영 체계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홍성후 교수는 "한국은 이미 단일공 비뇨기 로봇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와 있다고 본다"며 "미국보다 적은 장비 수로 더 많은 단일공 수술을 시행하고 있고 서울성모병원 역시 지난해에만 1000례 이상의 SP 수술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단순 건수가 아니라 그중 75%가 암 수술이었다는 점"이라며 "이는 한국 의료진의 술기와 임상 성과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그는 향후 AI와 로봇수술의 결합 또한 비뇨기 수술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맞춰 현재 서울성모병원도 종양 자동 탐지와 수술 워크플로우 자동화, 증강현실 기반 3D 수술 가이드 시스템 등을 연구 중이다.
홍 교수는 "결국 미래 수술은 AI를 활용하는 의사가 그렇지 않은 의사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에는 종양 위치와 최적 절제 범위를 콘솔 안에서 실시간으로 제시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다만 결국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이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환자 치료에 연결하는 것"이라며 "한국 의료진이 축적한 임상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아시아 단일공 로봇수술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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