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하반기 국내 제약업계가 대규모 시설 투자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약가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고된 가운데, 선제적인 설비 확충과 생산 수율 향상을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26일 제약업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규 시설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의약품 업종 내에서 지난 7월부터 안국약품, GC녹십자, 그린생명과학, 에이치엘지노믹스, 국제약품 등이 시설 투자 및 공장 증축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이들의 시설 투자는 신규 생산라인 추가를 통해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는 한편, 설비 효율화와 생산 수율 개선 등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춰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약가 인하 정책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선제적 투자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셈이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우선 안국약품은 자기자본의 29.15%에 달하는 485억 원을 투입해 공장 증축에 나선다.
주력 품목인 '시네츄라'를 중심으로 내용액제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는 한편, 기존 공장 재편을 통해 순환기계 품목 생산도 확대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오창공장에 미국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SCIG)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1400억 원을 투입한다.
중장기 연구개발(R&D) 비용을 포함하면 오는 2033년까지 8년간 오창공장에 총 5300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녹십자는 이번 대규모 설비투자로 SCIG 전용 라인 구축 및 상용화 로드맵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이치엘지노믹스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자기자본의 45.42%에 해당하는 548억 원을 공장 증축에 투입한다.
앞서 부지 매입 등에 121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신규 공장 건설 및 설비 도입에 추가로 548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장 당시 밝힌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거점 구축 구상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국제약품 역시 자기자본의 56.8%에 달하는 555억 원을 투자해 점안제동과 내용고형제동의 설비를 확충하고 제품 보관소를 신축한다. 여기에는 지난해 예고했던 점안제 라인 투자금 95억 원이 포함됐다.
국제약품은 이번 투자로 기존 대비 점안제 133%, 정제 100%, 캡슐제 100% 생산량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노후 설비 교체를 통한 수율 향상, 수리비 절감, 가동시간 확대는 물론 신축 보관소를 통한 원활한 물류 공급체계까지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제약업계는 설비 자동화와 스마트공장 도입 등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GC녹십자나 에이치엘지노믹스처럼 신규 제형 생산라인 확보 및 CDMO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거세다.
대규모 시설 투자는 약가 인하 여파가 본격화되기 전 미래 성장동력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향후 발생할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제약사들의 이러한 투자가 약가 인하라는 위기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과 장기 성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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