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국내 이상지질혈증 치료 기준이 한층 촘촘해진다. 기저질환을 중심으로 심혈관 위험군을 다시 나누고, 치료 강도를 결정하는 '위험강화인자' 개념을 새롭게 도입한다. LDL 콜레스테롤(LDL-C) 55mg/dL 미만을 목표로 관리해야 하는 환자 범위도 확대됐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제15회 국제학술대회 ICoLA 2026(The 15th International Congress on Lipid & Atherosclerosis) 기자간담회를 열어 '2026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과 '2026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를 공개했다.
새 진료지침은 기존 위험군 명칭과 구성을 손질해 환자가 실제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위험도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위험군을 관상동맥질환군, 비심장성 혈관질환군, 당뇨병군, 중등도 위험군, 저위험군 등 질환을 중심으로 재정비했다.
특히 치료목표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환자를 가려내기 위해 '위험강화인자(risk-enhancing factors)'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

정재훈 진료지침위원(가천의대 심장내과)은 "국내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10가지 위험강화인자를 지침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차 예방 환자에서 위험강화인자를 동반하면 기존보다 적극적으로 LDL-C를 낮추도록 권고했다.
LDL-C 치료목표도 강화됐다. 새 지침은 LDL-C 55mg/dL 미만, non-HDL 콜레스테롤 85mg/dL 미만을 목표로 하는 환자군을 확대했다.
관상동맥질환 환자뿐 아니라 재발성 죽상경화성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 LDL-C 55mg/dL 미만을 목표로 하는 권고를 새로 마련했다.
국내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2010년 11.9%에서 2024년 30.3%까지 높아진 가운데, 질환 위험도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LDL-C를 낮추는 방향으로 진료지침이 개정된 것이다.
표적장기손상이 있거나 주요 위험인자를 3개 이상 동반한 고위험 당뇨병 환자에서도 같은 목표를 선택적으로 적용하도록 명시했다.
단독요법 줄고 2제 병용 5배 가까이 증가
진료지침 강화와 함께 공개된 팩트시트에서는 국내 이상지질혈증 치료 패턴 변화가 뚜렷했다.

문민경 홍보이사(서울의대 내분비대사내과)는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11.9%에서 2024년 30.3%로 약 2.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인지율과 치료율, 조절률은 모두 개선됐다. 인지율은 2010~2012년 45.5%에서 2022~2024년 70.8%, 치료율은 35.8%에서 64.8%, 조절률은 28.6%에서 58.9%로 높아졌다.
문 이사는 "다만 조절률이 60%에 미치지 못해 치료를 받고도 여전히 10명 중 약 4명은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약물 처방에서는 단독요법 비중이 크게 줄었다. 단독요법은 2010년 91.8%에서 2023년 55.4%로 감소한 반면 2제 병용요법은 같은 기간 7.9%에서 38.8%로 증가했다.
스타틴은 여전히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중심이었다. 2023년 기준 치료 환자의 94% 이상에서 스타틴이 사용됐으며, 2제 병용 가운데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조합이 78%를 차지했다.
고강도 스타틴 사용 비중도 49.3%까지 올라갔다. 에제티미브 병용까지 확대되면서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LDL-C를 보다 적극적으로 낮추는 치료가 늘고 있다고 문 이사는 분석했다.
한편, 정재훈 진료지침위원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서 치료 초기부터 최대 가용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해 조기에 LDL-C 목표치 도달을 고려하도록 하는 권고를 신설했다고 했다.
PCSK9 억제제 적용 범위도 구체화했다. 증상성 죽상경화성질환과 위험요인을 동반한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서 PCSK9 억제제 사용을 고려하도록 하는 권고가 새로 추가됐다.
스타틴 불내성이 있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는 LDL-C 목표 달성을 위해 벰페도익산(bempedoic acid) 사용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벰페도익산은 이번 개정에서 작용기전과 용법을 포함해 정식 권고에 포함됐다.
인클리시란(inclisiran)도 siRNA 계열의 PCSK9 표적치료제로 새롭게 소개됐다.
특정 환자군에 대한 권고도 보강됐다. 당뇨병에서는 'LDL-C 50% 이상 감소' 조건과 유병기간 10년 이상인 제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했고, 측정 항목에는 지단백(a·Lp(a))를 추가했다.
만성콩팥병에서는 PCSK9 억제제와 벰페도익산 등 새로운 치료제를 추가했고, 소아·청소년에서도 PCSK9 억제제를 치료 선택지에 포함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은 진단·선별 관련 권고를 보강하면서 LDL-C 목표치도 낮췄다.
이 외에 생활요법에서는 식사와 운동, 금연, 음주 관련 권고를 재정비했다.
학회는 치료 기준 개정과 함께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제도적 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4차 국가건강검진종합계획(2026~2030)에 따라 올해부터 이상지질혈증 확진검사 시 진찰료 본인부담금이 면제됐지만, 학회가 요구해 온 검진 주기 단축은 최종 계획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이상지질혈증 검사는 4년 주기로 이뤄지고 있다. 학회는 이를 2년으로 줄이기 위한 추가 연구와 경제성평가를 진행하고 정부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아울러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보험 급여기준 현실화와 함께 현재 고혈압·당뇨병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에 이상지질혈증을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상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서울의대 순환기내과)은 올해 학술대회에선 "LDL-C 치료 이후 남는 잔여 위험을 비롯해 비만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등 심혈관대사질환의 통합 관리를 폭넓게 다룬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의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국민이 접하는 건강 정보가 다양해질수록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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