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LDL 콜레스테롤(LDL-C)을 목표치까지 낮췄더라도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질강하치료가 발전하면서 LDL-C를 더욱 낮출 수 있게 됐지만, 치료 이후에도 남는 '잔여 심혈관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할지는 여전히 진료 현장의 과제다.
위험평가 측면에서는 기준이 한층 정교해졌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지난 9월 ICoLA 2026에서 공개한 새 진료지침을 통해 아포지단백 B(apoB), 지단백(a)[Lp(a)] 등 추가 지표를 활용해 환자별 위험평가를 보완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검사로 위험인자를 확인했다고 해서 곧바로 치료 전략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해당 위험인자를 약물로 조절했을 때 실제 심혈관 사건까지 줄어드는지는 별도의 임상적 근거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Lp(a) 표적치료제 펠라카르센의 임상 3상 결과가 대표적이다. 약물을 통해 혈중 Lp(a) 수치는 낮췄지만, 심혈관 사건 감소라는 1차 평가변수는 충족하지 못했다. 잔여 위험 관리에서는 무엇을 추가로 검사할지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따라 어떤 근거로 치료적 개입을 할지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LDL-C 30mg/dL 달성해도 심혈관 사건 발생…숨은 위험 찾는 지표는
적극적인 LDL-C 강하 이후에도 심혈관 사건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기존 임상시험에서도 확인됐다.
대표적인 연구가 PCSK9 억제제 레파타(에볼로쿠맙)의 효과를 평가한 FOURIER 연구다. 스타틴 치료 중인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 2만75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연구에서 레파타 치료군의 LDL-C 중앙값은 48주 시점 30mg/dL까지 낮아졌다. 추적기간 중앙값 2.2년 동안 주요 심혈관 복합사건 발생률은 레파타군 9.8%, 위약군 11.3%였다. 적극적인 LDL-C 강하로 심혈관 사건 위험을 추가로 줄였지만 치료군에서도 여전히 사건은 발생했다.
이처럼 LDL-C 강하 이후에도 남는 죽상경화성 지단백 위험을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지표가 non-HDL-C와 apoB다.
LDL-C가 LDL 입자 안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의 양'을 나타낸다면, apoB는 혈관 벽을 파고드는 LDL·초저밀도지단백(VLDL)·Lp(a) 등 '나쁜 지단백 입자의 전체 수'를 보여준다. 따라서 LDL-C 수치가 같더라도 실제 혈관을 공격하는 입자 수(apoB)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이나 비만, 고중성지방혈증 동반 환자는 크기가 작고 밀도가 높은 LDL 입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LDL-C 수치는 상대적으로 낮아 보여도 apoB는 높게 나타날 수 있다.
또 다른 지표인 non-HDL-C는 총콜레스테롤에서 이른바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C를 뺀 값이다. LDL뿐만 아니라 중성지방이 풍부한 지단백에 포함된 콜레스테롤까지 반영하며, 별도 검사 없이 기존 지질검사 결과만으로 계산할 수 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심장내과 교수(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위원)는 "중성지방이 높거나 당뇨병·비만 등 대사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는 non-HDL-C나 apoB를 추가로 확인하면 남아 있는 죽상경화성 지단백 부담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학회의 2026년 새 진료지침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LDL-C 55mg/dL 미만 도달 권고와 함께 non-HDL-C 85mg/dL 미만을 치료 목표로 제시한다. 정 교수는 중성지방이 높거나 LDL-C가 낮은 구간에서는 계산 방법에 따라 LDL-C 값에 차이가 생길 수 있어, 직접측정 LDL-C나 non-HDL-C, apoB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2026년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ACC/AHA) 지침도 LDL-C와 non-HDL-C 목표에 도달한 환자 가운데 중성지방이 높거나 당뇨병 등이 동반된 경우, apoB 측정이 추가적인 위험평가와 치료 판단을 보완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추가 검사의 목적은 수치를 하나 더 확인하는 데 있지 않고, LDL-C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험을 바탕으로 기존 치료 강도와 전체 심혈관 위험을 재평가하는 데 있다.

중성지방 낮췄는데 결과는 정반대…약제마다 갈린 심혈관 예방 성적표
잔여 위험 치료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또 다른 지표는 중성지방이다. 중성지방 상승은 심혈관 위험과 관련이 있지만, 약물로 수치를 낮췄다고 해서 반드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실제 임상시험 결과도 엇갈렸다. PROMINENT 연구는 제2형 당뇨병과 고중성지방혈증이 있는 환자 1만497명을 대상으로 페마피브레이트의 효과를 평가했다. 치료 4개월 시점 중성지방은 위약 대비 26.2%, 잔여 콜레스테롤은 25.6% 감소했다. 그러나 추적기간 중앙값 3.4년 동안 주요 심혈관 복합사건 감소는 입증되지 않았다(위험비 1.03). 오히려 죽상경화성 지단백 입자 수를 반영하는 apoB는 위약 대비 4.8% 증가해, 중성지방 감소가 심혈관 사건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REDUCE-IT 연구에서는 특정 환자군에서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스타틴을 복용하면서 중성지방이 135~499mg/dL인 고위험 환자 817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고순도 EPA 제제인 바세파(이코사펜트 에틸)를 하루 4g 투여한 결과 주요 심혈관 복합사건 발생률은 치료군 17.2%, 위약군 22.0%로 위약 대비 상대위험도가 25% 감소했다.
이와 달리 EPA와 DHA 혼합 제형을 평가한 STRENGTH 연구에서는 주요 심혈관 사건 감소가 확인되지 않았다. 스타틴을 복용 중인 고위험 환자 1만3078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위험비는 0.99였다. 두 연구(REDUCE-IT과 STRENGTH)는 제형과 대조군 등이 달라 결과가 차이나는 원인을 단정할 수 없지만, '오메가-3 제제'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심혈관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5년 유럽심장학회·유럽동맥경화학회(ESC/EAS) 개정 지침도 이러한 근거 차이를 반영했다. 스타틴 치료에도 공복 중성지방 수치가 여전히 높은(135~499mg/dL) 고위험·초고위험 환자에서는 고용량 이코사펜트 에틸 병용을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모든 중성지방 약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 준다고 인정한 것이 아니라, 효과가 입증된 특정 성분만 골라서 권고한 셈이다.
결국 중성지방 치료에서는 '수치 개선'과 '심혈관 사건 예방' 목적을 구분해야 한다. 심한 고중성지방혈증에서 췌장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치료와 기존 지질강하치료 이후 남은 심혈관 위험을 줄이기 위한 치료는 약제를 고르는 판단 기준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위험평가 지표 Lp(a)…표적치료제 3상 실패가 남긴 과제
Lp(a)는 LDL-C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심혈관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혈중 농도에 유전적 영향이 크기에 일반적인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충분히 낮추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 새 진료지침은 Lp(a) 50mg/dL 이상을 위험강화인자로 제시했고, 미국 ACC/AHA 지침도 성인에서 적어도 한 번 Lp(a)를 측정해 심혈관 위험평가에 활용하도록 권고한다.
정재훈 교수는 "Lp(a)는 치료 반응을 추적하기 위한 검사는 아니지만, 평생 최소 한 번 측정해 환자의 잔여위험을 평가하고 LDL-C 결과를 해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p(a)가 높은 환자는 측정된 LDL-C 수치에 Lp(a) 내부의 콜레스테롤이 일부 포함되기 때문에, LDL-C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이 실제보다 체감상 낮게 나타나는 것처럼 왜곡되어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임상에서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조기 심혈관질환이나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서 Lp(a) 검사로 위험을 확인하는 것과, 이를 약물로 직접 낮춰 심혈관 사건을 예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노바티스는 지난 9월 4일 Lp(a) 표적치료제 펠라카르센의 임상 3상 HORIZON 결과를 발표했다. Lp(a)가 높고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치료에 펠라카르센을 추가했지만, 위약 대비 주요 심혈관 사건 감소라는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회사는 혈중 Lp(a) 감소를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당시 공개한 주요 톱라인 결과에는 구체적인 감소율이나 사건 발생률, 위험비 등이 제시되지 않아 세부 분석이 필요한 상태다.
이번 결과가 위험인자로서 Lp(a)가 갖는 가치를 부정하거나 개발 중인 다른 표적치료제의 성패까지 단정할 근거는 아니다. 다만 현재 진료현장에서는 높은 Lp(a)를 확인했다면 이를 전체 위험평가에 반영해 효과가 입증된 LDL-C 강하와 다른 위험요인 관리를 강화하는 데 활용해야 하며, 아직 임상적 이득이 입증되지 않은 표적치료를 전제로 치료 전략을 세울 수는 없음을 보여준다.
지표만 늘리는 검사는 무의미?…실제 치료 전략 바꿀 근거 돼야
잔여 위험을 평가하는 지표가 늘면서 이상지질혈증 진료에서 고려할 항목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검사별 역할과 적용 대상이 다른 만큼 추가 검사나 약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Lp(a)는 성인에서 적어도 한 번 측정하도록 권고되는 반면, apoB는 환자의 심혈관질환 병력과 지질검사 결과, 당뇨병·비만·중성지방 상승 등 동반 위험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선 환자의 심혈관질환 병력과 지질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당뇨병·비만·중성지방 상승 등 동반 위험에 따라 apoB나 Lp(a) 등 추가 평가가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검사 이후 추가 약제를 선택할 때도 수치 개선뿐 아니라 해당 환자군에서 실제 심혈관 사건 감소가 입증됐는지, 이상반응과 치료 지속 가능성은 어떠한지 살펴야 한다.
잔여 위험 관리의 범위는 지질검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혈압과 혈당, 비만, 흡연 등 다른 위험요인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SELECT 연구는 당뇨병은 없지만 심혈관질환과 과체중·비만이 동반된 환자 1만7604명에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2.4mg의 심혈관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LDL-C 목표 달성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니지만, 특정 고위험 환자에서는 동반질환에 대한 개입이 별도의 심혈관 예방 근거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상지질혈증 진료는 LDL-C를 목표치까지 낮추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추가 검사의 가치는 새로운 수치를 얻었다는 사실보다 그 결과가 치료 판단을 어떻게 바꿨는지에서 드러난다. 위험을 더 자세히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제 심혈관 사건을 줄일 수 있는 관리로 연결하는 것이 진료실에 남겨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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