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병원으로 국내최대인 2139병상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하루 평균 6500여명의 외래환자와 응급환자 170여명이 진료를 받는 이곳에선 매일 150~200여건의 수술이 이뤄진다. 간이식 수술과 더불어 벌어지는 개흉시술 건수만도 년간 1500건에 달할 정도.
일명 빼빼로 데이라는 11일 오전 의국탐방코너를 위해 선천성 심장병 수술에 관한한 국내 최고병원에 도전한다는 서울 아산병원 내 선천성 심장병센터를 찾았다.
확실한 치료와 좋은 예후를 위해 탄생
선천성 심장병센터의 특징은 선천성 심장기형과 후천성 심장질환 부정맥 가진 소아환자를 내과인 소아과 의국원과 흉부외과 소아심장 의국원이 함께 서로 보완 협력하는 협진 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
또 각각의 의국과 함께 이원적이면서도 일원적인 두 협진 시스템 교차점이자 협진 체계의 핵심 장소가 바로 본관 3층 소아중환자실(PICU)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소아과 진단 시 선천성 심장기형일 경우 약 99%가 외과로 옮겨져 수술적 시술과 처치를 받고 수술 후 관리와 장기적인 Care 과정을 소아과에서 받게 되죠.” 소아심장외과 서동만 교수의 설명이다.
외과적 처치와 감염 및 심부전, 장기적 인공호흡기 치료 등을 소아과와 흉부외과가 함께 빠른 처치와 치료를 하게 된 것이 선천성 심장병센터 탄생 배경이 되면서 높은 수술성공률과 많은 치료환자들로 시너지 효과를 올리고 있다.
특정의국이 아닌 센터라는 특색을 어떻게 살려 취재를 해야 하나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일단 PICU를 중심으로 소아심장관련 흉부외과와 소아과 의국원들의 24시를 알아보자.
선천성 심장병센터의 메카, 소아중환자실(PICU)
소아중환자실에서는 소아과 심장분과 의국원과 흉부외과 소아심장외과 의국원들에 의해 간단한 중격결손증 환자에서 복잡한 기형, 단심실 등의 심장장애를 가진 신생아까지 다양한 영유아의 심장기형 진단 및 수술, 치료 등의 처치가 진행된다.
1부터 10까지 번호가 나눠진 병실 입구에서 왼쪽 6~7개 배드를 흉부외과 소아심장 의국에서, 나머지 배드를 소아과 소아심장 관련 전공의와 핑크색 옷을 입은 간호사들이 수시로 살피며 심박수와 혈압, 소변량, 호흡기 등을 체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2개의 소아중환자실 배드는 거의 항상 다 차 있는 상태에요. 흉부외과 수술환자 6~7명, 그 외 소아외과, 비뇨기과, 소아 신경외과 등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섞여있어요” 오늘 소아중환자실 당직을 맡고있는 소아과 장주영 3년차 전공의의 설명이다.
“산전초음파가 발전하면서 소아과, 방사선과 협진 체계가 공고해졌고, 선천성 심장질환 환자유형도 알면서 아이를 낳는 경우와 정말 잘 몰라서 아이를 가진 경우로 양극화 현상을 보이게 됐죠. 반면에 복잡심장질환 난이도는 높아졌구요.” 윤태진 교수의 설명이다.
선천성 심장병 센터의 경우 타 대학병원의 협력요청에 의한 후송 환자가 한달에 5~10명에 달하면서 진단분포에 따라 병의 심각도가 다양하게 표출되고 환자층도 출산 직후 신생아나 미숙아부터 수술 후 Care를 받는 성인까지 각양각색으로 나타난다. 그런 환자들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소아중환자실인 것.
현재 흉부외과 레지던트 9명 중 소아심장 파트에는 3년차 김준범 치프, 중환자실 병동 붙박이인 2년차 이승철 전공의, 1년차 김희중 전공의 등 3명의 레지던트가 있다.
1년차의 경우 보통 7시 기상을 해 소아환자 상태를 점검하고 문제를 체크한다. 7시 50분 회의실에서 프리젠테션을 하고 매일 당직 상태라고, “사이사이 수술방 보조 및 정리역할을 해주고, 주의 3/1은 응급실 당직을 섭니다.” 김희중 전공의의 설명.
“전 1년 내내 중환자실 붙박이 당직을 서게 되요. 수술방에 들어가구요. 딱 수요일밤과 토요일 낮 시간만 Off가 되고, 나머지는 24시간 풀 당직이죠. 2년간 명절 때 집에 간적이 없답니다” 2년차 이승철 전공의의 고백이다. 마침 취재간 날이 목요일이어서 ‘어젠 뭐했느냐’는 질문에 영화를 한편 봤다고.
흉부외과 소아심장 파트 3년차 치프의 경우 당직 오프는 달리 없고 2년차 오프 시 당직을 서며, 수술, 모든 환자 체크, 지휘,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다들 입을 모아 여타 의국처럼 자기 시간이 없고 항상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2년차는 병동에, 3년차는 수술방에서 보통 2건의 수술이 잡힌 경우 오전 9시부터 수술이 시작돼 오후 5~6시면 끝이 난다고.
“하루하루가 급변하는 이벤트에요”
하지만 3명 전공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비결을 물었더니 ‘인격 수양의 결과’란다. 그러면서 ‘외과 의사라는 직업자체가 수술을 통해 환자의 삶을 살리는 묘미가 있는 일’이라고 3년차 김준범 전공의가 덧붙인다.
흉부외과와 소아중환자실 소아과 레지던트 모두 입을 모아 소아 중환자실의 급변하는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중환자실 소아환자의 경우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거나 심장이 멈추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
“어제가 대박이었죠. 바로 어제 이 환자의 심장이 멈추는 바람에 수술실로 옮길 여유도 없이 바로 여기서 개흉하고 6시간 대수술을 했어요.”라며 펌프와 호스로 폐와 심장 역할을 대신한 채 덩그러니 누워있는 소아 환자를 보며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전한다. ‘다행히도 예후가 좋다'고.
컨퍼런스, 국내 최고의 소아심장 전문가를 만드는 힘
선천성 심장병 센터는 일주일에 두 번, 수요일 오전 8시와 목요일 오후 5시에 정기적으로 소아과와 흉부외과 교수진과 방사선과, 마취과 교수, 소와심장관련 펠로우, 레지던트, 인턴이 모두 참여하는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오늘 컨퍼런스 참여자는 모두 20여명, 1시간 30여분 간 지난 10월 25일~11월 10일까지 선천성 심장병 센터에 들어온 케이스 11건을 살피고 분석했다.
소아심장환자의 경우, 진단명이 같아도 환자 각각의 조건에 따라 치료와 처치가 천차만별적인 양상을 띠기 때문에, 수술하고 검사한 Case를 여러 과가 함께 모여 직접 보면서 수술여부와 시기 등을 함께 상의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환자의 임상양상을 심혈관조영술, 초음파소견, CT, MRI 등 여러 가지 검사소견을 통해 살펴보면서 어려운 Case나 보기드문 Case 등을 함께 진단하고 무슨 검사를 추가하면 치료는 어떤 식으로 약물치료나 수술을 실시하거나 병행할 것인지 여부 등을 판단하고 모색하게 된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각자 모두 수술에 진료에 하루 종일 바빴을 텐데도 시종일관 진지하고 학구적인 분위기 속에서 열띤 의견 제안 공방이 이어졌다.
기자에게 외국어 강의보다 더 어렵게 들리는 강의였지만 바로 이런 점이 ‘서울아산의 선천성 심장병센터가 외부병원의 환자까지 소화해 나가고 서동만 교수가 언급한 Life Long Care를 만드는 힘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소아과 의국원들의 반나절!
컨퍼런스가 끝나자마나 소아과와 흉부외과 각자, 또 함께 하는 회진이 시작된다. 이번엔 소아과 위주로 따라다녀 봤다.
중환자실 기록지, 오전회진 후 변경사항이 먼저 체크된다. 신생아, 중환자, 수많은 미숙아들, 소아중환자실에서 본 맘 아픈 아이들보다 더 작은 아이들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소아과 특성답게 면역력이 약한 소아들을 위해 감염방지 손 소독제가 병실, 입원실, 중환자실 등 곳곳에 널려있는 것이 특색 중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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