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사제도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능단체인 침구사 단체에 이어 일부 시민단체들까지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한의계와 의료계는 반대를, 정부 역시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세계 침구제도 현황과 한국의 미래에 관한 심포지엄’에서는 침구사 제도의 합법화를 두고 의료계와 소비자단체, 침구사단체, 복지부 등이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축사를 맡은 김원기 의장은 "침과 뜸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 효과를 인정하고 신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침구제도를 두고 양의학과 한의학, 한의사와 민간 침구사간의 다툼이 해결돼 전통의학인 침구제도가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 중심주의 탈피해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단체들은 침구제도의 합법화를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침구제도의 효용을 넘어 건강문제에 있어 전문가 중심주의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먼저 '시민의신문' 이형모 대표는 "의료인에게 포괄적으로 권리를 부여하는 의료법 체계를 개정해 의료행위의 개념을 분명히 함으로써 대중영역의 존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문가 중심의 의료만을 인정하던 정책에서 벗어나 대체의학, 민간의료에 대한 기본 방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이연숙 이사는 "침구사 제도를 불법화하는 것은 우수한 의료의 선택 폭을 줄이는 것"이라면서 "사회가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침구사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소비자연맹 조윤미 상임위원은 "건강의 문제를 단일한 직종에만 부여하는 것에 근본적 사고가 필요하다"면서 "전문가 중심주의는 강력한 권한을 바탕으로 배타성과 경직성을 낳아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침구사 제도는 또다른 권력화"
이날 토론회에서 의료계 입장으로 참석한 유용상 미래아동병원 원장은 침구제도의 위험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유 원장은 "경락체계가 아직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못했으며, 침술의 경험적 효과에도 불구 이를 계량화한 객관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면서 "현대의학계의 시각에서는 골절 환자의 문제, 병원체 전파문제 등 침술의 부작용도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침구사제도가 신설된다면 또 다른 이권의 권력화가 진행될 것이 자명하다"면서 "또 침술 자체가 침습적이고 건강에 위해한 요소가 상존하는 이상 제도권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엄격한 관리감독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유영학 한방정책관은 "침구의 치료효과는 폭넓게 인식되고 있으며 서구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모든 병을 다 낳을 수 있다'는 과잉적 신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유 정책관은 "정부에서는 침구제도가 과학적, 보편적으로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난 2002년 침구사 전문의제도를 도입하는 등 한의사 교육 체계를 통해 발전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정책관은 토론회가 끝난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폐지된 지 40여년이나 지난 정책을 지금 추진하는 것은 정책적 입장에서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춘진 의원은 "침구제도를 발전시킬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법 개정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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