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등 보험업자가 교통사고 환자의 진료기록부 등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대한 반대여론이 의료계에서 들끓고 있다.
병원협회가 반대의견을 건교부에 제출한데 이어 의협 산하 자동차보험협의회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조만간 반대의견을 낼 예정이어서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등장했다.
더욱이 손해보험협회가 보험 범죄가 급증추세라며 보험범죄 조사를 담당하는 특수조사팀(SIU)을 확대하고 처벌규정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의료계가 자배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정안이 환자의 비밀보호 의무 훼손.
경만호 자동차보험협의회 위원장은 "열람은 손보사와의 업무협조차원에서 용인될 수 있는 문제지만 열람까지 허용하는 것은 의사의 환자비밀 누설 금지의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차원이 다른 얘기"라며 "조만간 정부에 반대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문영목 개원의협의회 부회장도 "환자의 개인 비밀보호는 헌법상의 지상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며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는 이런 규정은 어떤 명분으로도 시행되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개정안이 의료기관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병원협회는 29일 건교부에 낸 의견서에서 "손보사의 무분별한 사본발급 요청으로 진료비 등과 관련한 민원이 빈발하고 보험사가 환자의 조기퇴원 유도, 진료비 조정 등 불합리한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교통안전과 이창곤 서기관은 "열람은 말 그대로 보여주고 마는 것인데, 이것을 갖고 진료수가를 두고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며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힐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 하려는 취지이지 사행활 침해가 목적인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서기관은 이어 "환자의 비밀보호 문제가 거론될 수 있겠지만 이는 환자의 이름을 가린다던지, 진료기록 번호만 나오게 한다든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교부는 하지만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에서 반발하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자 새달 13일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다음 입법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손해보험협회는 최근 보험범죄 방지와 적발에 총력전을 기울이기로 하고 각 보험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SIU와 협의체를 전국적으로 구성, 보험금 청구가 많은 병·의원과 자동차 정비 공장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손해보험협회는 이와 함께 보험 사기범에 대한 처벌 규정도 현행 규모가 5억 원 이상일 때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는 것을 금액에 관계없이 모두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법률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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