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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요양기관 지정 9.6%불과...'수가낮다' 거부

발행날짜: 2005-10-10 11:31:02

서울대등 빅5도 기피, 근로복지공단 나몰라라

"이곳저곳 옮겨다니는데 지쳤어요, 아픈것도 서러운데 갈 병원도 마땅치가 않더라구요." 석재공장에서 십수년간 일하다가 2년전 호흡곤란 등 진폐증상으로 입원한 한 김모(54,남)씨의 하소연이다.

김씨처럼 산업현장에서 노동을 하다가 재해를 입은 경우 산업재해보상자로 지정돼 산업재해담당병원에서 정부의 보조를 받으며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맘 편히 치료받을 수 있는 산재병원이 전체 병·의원 중 9.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건강보험에 가입된 개원가 4만8,785개소 중 산재병원으로 지정된 병·의원은 9.6%에 불과한 4천690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노동자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1차의료기관인 의원급은 건보가입수 4만7,165개소중 7.6%, 3천610개소뿐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문제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서울대, 연대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강남성모병원등 대형의료기관들이 모두 산재병원에서 빠져있어 보다 높은 수준의 진료를 원하는 노동자들의 원성은 높아만가고 있다.

산업재해보상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병원측의 비협조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병원들은 대형병원일수록 경제적 이유로 병상회전율이 떨어지는 산재환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어떤 이유건 산재보험 의료기관의 지정 및 해지는 병원측 자율사항이라 병원측에서 해지를 통보하면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정책이 수정되지 않는한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암 등 다른 시급한 환자들이 장기간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간의 치료를 요하는 산재환자들만을 치료할 순 없다는 것.

강남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산재환자들은 대부분 치료보다는 장기간 요양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3차의료기관의 성격과 맞지 않다"며 "암 등 시급하게 고도의 수술장비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계속해서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산재환자에게 병상을 줄 순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병상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산재환자를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우선 수가가 너무 낮아 타산이 어려운데 그나마 행정절차가 너무 복잡한데다 신청하면 보통 6개월 이상 지체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른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에는 공보의를 산재병원에 투입해 주는 등 여러 가지 혜택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무한 상태"라며 "공보의 투입, 재정지원 등 현실성 있는 정책들이 수반된다면 산재병원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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