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그렇다. 환자들 중에도 여성이어서 꼼꼼하고 섬세해 나를 좋아하는 환자들이 있는 반면, 간혹 40대 남성들은 젊은 여자가 뭘 안다고 하는 식의 말을 내뱉기도 한다. 의사 사회에서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전문의를 따고 개원하는데 벤치마킹을 위해 한 유명 안과를 찾아간 일이 있다. 당시 그 원장은 대뜸 ‘봉직의나 하던지, 집안에서 살림이나 하지 여자가 무슨 개원까지 하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이 뿐이 아니다. 한 남자 선배는 병원 빌딩을 계약하고 돌아오는 자신을 보며 '너 그 병원 해약해'라고 말하더라. 자신이 그 자리에서 병원을 하려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런말을 했을까 싶었다. 생각해보니 여자인 내가 자신보다 앞서는 게 싫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그 선배 였다면 남여 구분없이 후배를 끌어줬을 거다." -환자들이 여의사여서 무시한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어떤 사례가 있나. "석달에 한번은 경찰서에 간다. 환자들의 진료방해로 참다 못해 결국 경찰을 부르게 되기 때문이다. 한번은 중학생 환자의 어머니가 항의를 하러 병원으로 수차례 찾아와 행패를 부리다가 결국에는 조폭으로 보이는 이들은 데리고 와서는 협박을 해 경찰을 부른 일도 있었다. 이제 분기별로 경찰서에 가다보니 이골이 났다." -앞서 개원할 때의 어려움을 언급했는데 실제 전문의를 따고 행로를 결정할 때 여성이어서 받는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고 본다. 솔직히 레지던트때까지만 해도 실력도 비슷하고 모든 조건이 비슷하더라도 대부분의 대형병원 본원에서 남성을 선호하는 성향이 높은 것이 사실 아닌가. 그래서 여성은 지방으로 가게 되더라. 사실 여성 중에는 더 실력있는 이들도 많은데 안타깝다. 최근에는 그런 추세가 덜하다고 하는데 모르겠다." -개원의로 바쁜 와중에 딸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나. "딸 아이가 5살 때 이혼을 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충격을 받을까봐 말을 안했다. 그러나 얼마못가서 얘기를 하게됐는데 다행히도 아이가 엄마를 이해해줬다. 지금도 그부분에 있어서는 이해해주고 병원일때문에 바빠서 자신과 못 놀아주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기 보다 오히려 내가 의사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해 준다. 이 모든 게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오늘까지 친정 어머니가 가까이에 살면서 아이를 보살펴 줬기때문에 내가 이렇게 나와서 일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다. 주변에 보면 아이를 낳고 병원일을 그것도 개원의로 일한다는 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홀로 자녀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데, 자녀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거의 신경 못 쓴다. 중학생이 되어서 과외를 시작한 게 전부다. 고등학생이 되면 공부도 봐주고 신경 좀 써줘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 그래도 한가지 하고 있는게 있다면 딸 아이도 의사를 하라고 세뇌를 시키고 있다.(웃음) 모녀 안과의사는 우리나라에 아직 없다. 최초의 모녀 안과의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딸에게 내가 가진거라고는 병원하나 뿐이다. 나중에 병원이라도 물려받으려면 의사가 되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여의사의 위상은 어느정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앞서 좋지 못한 사례를 말하긴 했지만 사실 사회적으로 여의사의 위상은 높다고 평가한다. 한번은 길에서 50대 지긋한 신사분이 나에게 90도로 인사를 해 놀라서 보니 나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였다. 굉장히 보람되고 뿌듯했다. 내가 의사가 아니고서야 여성으로서 어디서 그런 대접을 받겠나. 의사계에서도 최근들어 젊은 세대에서는 여의사들의 입김도 거세지고 있는 듯 하다. 그 수도 늘어가고 그러면 결국 여의사의 위상도 높아지지 않겠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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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진정 L원장, "여성 개원의는 힘들어"

발행날짜: 2005-11-14 12:01:46

동료의사 조차 여성비하 발언 '상처' 심경 토로

세무조사를 나온 세무 공무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여의사 이경화(가명·39)씨. 이 원장은 육체적인 피로, 자녀를 홀로 키우는 어려움 등을 뒤로하고 여의사를 무시하는 사회의 인식에 대해 힘들어 했다. 최근 세무조사로 2억 7천만 원의 세금을 납부하기 전까지만 해도 여의사로서 구의원에 출마하고 복지부에 입성하고 싶은 포부를 지녔던 그다. 그러나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민을 고민했는가 하면 몸무게가 40kg까지 줄고, 하혈을 하는 등 심적인 스트레스가 극심했단다. 지난 12일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그의 진료실에서 만나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사연과 여의사가 개원의로 살아남기까지의 고충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 인권위에 성희롱으로 진정을 낸 경위와 성희롱 발언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내가 화가 나는 건 그동안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람도 아니고 2억 7천만 원이라는 세금을 물린 것이다. 강남 일대의 대형 안과병원도 아니고 보다시피 보험환자가 대다수인 동네 병원에서 2억 원 이상의 세금이 말이 되나. 이 상황에서 세무 공무원에게 너무 심하다고 세금을 깎아줄 것을 요청했는데 그가 ‘당신은 여자로서의 장점을 이용하면 그 정도 세금은 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이다. 이는 엄연한 성희롱 발언이고 앞으로 추후에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 심적으로 고통이 심했다던데 어느정도였나.

"당시 해고한 직원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병원을 작살내 버리겠다'는 식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남기는 등 압박을 가해왔다. 당시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급격히 줄고 3주간 하혈이 계속되면서 빈혈이 생기는 가 하면 심한 노이로제로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정도로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

-의료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여성이어서 어려운 점이 있나? 있었다면 어떤 부분인가?

"요즘 의대는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레지던트로 있을 때만 해도 의대에 여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다보니 여학생 2명 중 한 명만 잘못해도 크게 눈에 띄어 남학생보다 더 열심히 하려 노력했다. 전문의가 되고도 마찬가지다. 동기 여학생 10명 중 2~3명만이 개원의가 됐다. 여의사 또한 소수이므로 사람들이 여의사 한명이 실수를 하면 전국의 여의사를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여성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인 거 같다. 개인적으로 모든 여성 전문의들이 잘 됐으면 하고 여성 개원의들도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식이라면 환자들의 인식을 말하는 건가? 혹은 소위 의사 사회에서의 인식을 말하나.>

"둘 다 그렇다. 환자들 중에도 여성이어서 꼼꼼하고 섬세해 나를 좋아하는 환자들이 있는 반면, 간혹 40대 남성들은 젊은 여자가 뭘 안다고 하는 식의 말을 내뱉기도 한다. 의사 사회에서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전문의를 따고 개원하는데 벤치마킹을 위해 한 유명 안과를 찾아간 일이 있다. 당시 그 원장은 대뜸 ‘봉직의나 하던지, 집안에서 살림이나 하지 여자가 무슨 개원까지 하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이 뿐이 아니다. 한 남자 선배는 병원 빌딩을 계약하고 돌아오는 자신을 보며 '너 그 병원 해약해'라고 말하더라. 자신이 그 자리에서 병원을 하려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런말을 했을까 싶었다. 생각해보니 여자인 내가 자신보다 앞서는 게 싫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그 선배 였다면 남여 구분없이 후배를 끌어줬을 거다."

-환자들이 여의사여서 무시한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어떤 사례가 있나.

"석달에 한번은 경찰서에 간다. 환자들의 진료방해로 참다 못해 결국 경찰을 부르게 되기 때문이다. 한번은 중학생 환자의 어머니가 항의를 하러 병원으로 수차례 찾아와 행패를 부리다가 결국에는 조폭으로 보이는 이들은 데리고 와서는 협박을 해 경찰을 부른 일도 있었다. 이제 분기별로 경찰서에 가다보니 이골이 났다."

-앞서 개원할 때의 어려움을 언급했는데 실제 전문의를 따고 행로를 결정할 때 여성이어서 받는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고 본다. 솔직히 레지던트때까지만 해도 실력도 비슷하고 모든 조건이 비슷하더라도 대부분의 대형병원 본원에서 남성을 선호하는 성향이 높은 것이 사실 아닌가. 그래서 여성은 지방으로 가게 되더라. 사실 여성 중에는 더 실력있는 이들도 많은데 안타깝다. 최근에는 그런 추세가 덜하다고 하는데 모르겠다."

-개원의로 바쁜 와중에 딸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나.

"딸 아이가 5살 때 이혼을 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충격을 받을까봐 말을 안했다. 그러나 얼마못가서 얘기를 하게됐는데 다행히도 아이가 엄마를 이해해줬다. 지금도 그부분에 있어서는 이해해주고 병원일때문에 바빠서 자신과 못 놀아주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기 보다 오히려 내가 의사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해 준다. 이 모든 게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오늘까지 친정 어머니가 가까이에 살면서 아이를 보살펴 줬기때문에 내가 이렇게 나와서 일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다. 주변에 보면 아이를 낳고 병원일을 그것도 개원의로 일한다는 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홀로 자녀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데, 자녀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거의 신경 못 쓴다. 중학생이 되어서 과외를 시작한 게 전부다. 고등학생이 되면 공부도 봐주고 신경 좀 써줘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 그래도 한가지 하고 있는게 있다면 딸 아이도 의사를 하라고 세뇌를 시키고 있다.(웃음) 모녀 안과의사는 우리나라에 아직 없다. 최초의 모녀 안과의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딸에게 내가 가진거라고는 병원하나 뿐이다. 나중에 병원이라도 물려받으려면 의사가 되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여의사의 위상은 어느정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앞서 좋지 못한 사례를 말하긴 했지만 사실 사회적으로 여의사의 위상은 높다고 평가한다. 한번은 길에서 50대 지긋한 신사분이 나에게 90도로 인사를 해 놀라서 보니 나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였다. 굉장히 보람되고 뿌듯했다. 내가 의사가 아니고서야 여성으로서 어디서 그런 대접을 받겠나. 의사계에서도 최근들어 젊은 세대에서는 여의사들의 입김도 거세지고 있는 듯 하다. 그 수도 늘어가고 그러면 결국 여의사의 위상도 높아지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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