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도의 의미는 이미 퇴색된지 오래입니다. 더 이상 의미없는 악습으로 고통받는 인턴들을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인턴 폐지를 주장하는 한 인턴의 말이다. 과거 인턴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으로 제기됐던 인턴 폐지론이 이화의료원 인턴들의 수련거부사태와 원광대병원을 비롯한 대다수 지방병원들의 인턴모집 무더기 미달사태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인턴들은 인턴제도는 의료정보화 등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폐지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하며 수련환경를 개선하지 않은 채 인턴제를 존속하려 하는 것은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K대병원의 한 인턴은 "인턴은 노동자도 아니고 교육생도 아니다"며 "노동법에 명시된 근무조건도 무시당하고 교육생으로 교육받을 권리도 모두 무시당하는 것이 인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그 어느 선진국을 보더라도 인턴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악습으로 남아버린 인턴제를 고수하는 것은 싼값에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병협의 수작"이라고 못박았다.

H대병원의 한 인턴은 "그나마 선배 인턴들이 하던 일인 필름운반과 차트정리등의 잡무도 PACS, OCS 등 정보화 시스템으로 없어지고 있다"며 "우리들이 하는 일은 간식운반과 담배 심부름 밖에 안남았다"고 비꼬았다.

이어 그는 "모두가 폐지에 공감하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관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Sub인턴제 도입 등 대안이 무수히 널려있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것은 병협, 의학회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의 문제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성현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는 "결국 인턴을 값싼 노동력으로 보고 있는 시각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의료정보화 시스템이 발달하고 의학전문대학원 등 학제개편으로 교육기간이 길어진 만큼 인턴들에 대한 노동력 활용 방안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병협 등 인턴폐지를 반대하는 쪽은 현재 국내 의료계의 사정을 볼 때 인턴폐지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병협의 관계자는 "현재 국내 각 병원에서 인턴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며 "이 상황에서 급작스레 인턴제를 폐지하면 돌아오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턴들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해 각계와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모두에게 도움이 될수 있는 타당한 대안을 차근차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