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장성강화 대책이 의료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측면보다 의료비용을 감면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의 대도시 집중과 의료전달체계 왜곡, 교과서적 진료 약화 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대 허대석(전 의료정책연구실장. 종양내과) 교수는 “의사가 어떤 치료를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잘못되면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이 늘고,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지만 정부는 이런 판단의 적절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의사의 경험과 연구 결과를 보상하는 기술료는 크게 낮은 수준으로 묶어 놓고, 치료에 대한 보장성만 대폭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지금까지 저수가로 인해 교과서적 진료를 할 수 없었던 부분을 비급여로 보충해온 측면이 있었는데 이것마저 손해 보도록 하고,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을 시정하지 않으면 병원으로서는 더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MRI 보험 적용, 암환자 본인부담 완화, 항암제 급여 확대 등 보장성 강화 대책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병원 밥값까지 급여로 전환할 경우 환자들의 서울 집중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응급실 내원환자를 1년 전과 비교한 결과 암환자가 두배 가량 늘었고, 외래와 입원한 암환자 역시 현저히 증가했다”면서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이 줄어드니까 서울로, 그것도 대형병원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경제논리상 같은 값이면 더 나은 상품을 찾게 마련이라는 의미다.
허 교수는 “커피 가격을 자판기나 호텔이나 동일화시키면 호텔 커피숍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1주일을 기다리고, 한번 자리를 잡으면 일어나려 하지 하듯이 병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의료상품이 표준화되지 않아 일반인 입장에서는 가격이 비슷하다면 집 근처 종합병원보다 대형병원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반드시 큰 병원에 가야하지만 접근성이 불리한 환자는 오히려 입원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의료비 본인부담이 줄어들면서 고가약, 고가진단 등을 과잉 소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대, PET, 선택진료 등까지 급여로 전환하면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대석 교수는 “의료의 질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보장성을 강화하지 않고, 지금처럼 생생내기식으로 급여를 확대하면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왜곡시키고, 의료 양극화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의료인은 경영적 요인과 맞물려 교과서적 치료에서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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