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면의 의학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의학전문대학원이 술기 교육에만 치우친 나머지 기초의학 부실화를 초래해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초의학협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기초의학 교수들은 일부 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교과과정을 개편하면서 의사국가고시 반영비율이 낮은 기초의학 수업을 축소하자 이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1일 기초의학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의대의 경우 평균 수업의 90% 이상이 임상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자체조사 결과 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 중 졸업후 임상의가 아닌 기초의학자의 길을 걷겠다고 답한 학생이 전체의 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의학협의회의 한 교수는 "기초의학이 죽는 1차원적인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이 기술자 양성소가 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라며 "6년의 교과과정이 4년으로 축소되니 교과과정 축소는 불가피한 것이겠지만 현재 의학전문대학원 교과과정은 학문을 무시한 채 기술만을 강조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학전문대학원제도 도입 이전부터 이같은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음에도 막무가내식 도입으로 결국 우려했던 문제들이 속속 터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의학전문대학원이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기초의학협의회는 전국대학교육협의회의 의대평가와 한국의대인정평가원의 평가 등 다수의 의대평가에서 전국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들이 기초의학교육과 의학교육연구 부문에 상당히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어 집중적 투자가 필요하지만 개선의 노력이 없는 현실을 걱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초의학 교수들은 비의사출신 교수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분위기다.
기초의학협의회는 "현재 의학전문대학원을 포함한 41개 의대의 기초의학교수는 총 1300여명으로 집계됐으나 이중 3분의1 규모인 400명 이상이 비의사출신 교수"라면서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기초의학부문에 비의사출신 교수가 참여하면서 교육에 적지않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라고 기초의학연구회는 설명했다.
서울의대 전용성 교수는 "다방면의 의학자를 양성한다는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설립 목적은 누가봐도 타당한 것이나 너무 성급한 도입으로 그 목적이 퇴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학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전 교수는 "현재 국내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미국 제도를 차용해 온 것인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빼놓고 왔다"며 "미국 의학전문대학원 교육단계를 보면 1단계로 기초의학을 교육하고 2단계로 임상의학을 교육한 뒤 개원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들을 위해 3단계로 개원의학을 교육하는 등 교육이 체계화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이런 체계에 대한 연구 없이 제도의 틀만 따왔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전 교수는 "현재 의학전문대학원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개원을 목적으로 들어온 학생이나 의학자를 희망하는 학생이나 동일한 교육을 실시하는 획일적인 교육방식"이라며 "이러한 교육방식으로는 다방면의 의학자들을 양성하기에 부족함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재 상황에서 임상 위주의 교육은 당연하다는 입장도 있다. 축소된 교육기간에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술기중심의 교육은 당연하다는 것.
한 대학병원의 임상교수는 "학문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지만 제한된 시간에 의사를 만들어야 하는 제도 안에서 학문보다는 사람의 생명에 직결된 술기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 제도안에서 임상교육시간과 기초의학교육시간을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것 보다는 제한된 시간안에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교육방식을 논의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시행초기이니 만큼 교과과정을 비롯한 체제의 정립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하지만 교과과정 개편 등은 대학 자체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관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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