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을 일으킨 환자를 단순한 알콜 금단증상으로 여겨 진찰조차 하지 않은 의사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이 내려졌다.
부산고법 민사2부는 간질증상으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뇌출혈을 일으켰으나 의사의 잘못된 처치로 결국 사망에 이른 환자의 유족들이 의사의 과실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14일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환자에게 다가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해야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은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임상의학에서 실시되고 있는 수준에서 만큼은 환자에게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판결의 취지를 전했다.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의 질병과 그 질병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으며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면 이는 의료진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것.
재판부는 "지속적인 음주로 인한 알콜의존증 치료를 위해 입원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가 알콜에 대한 금단증상으로 발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은 예측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또한 이로인해 머리 등 위험한 부위에 외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주의깊게 환자를 살피며 예상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했어야 한다"며 "이는 의료진으로서 해야할 마땅한 주의의무"라고 덧붙였다.
결국 임상지식으로 판단해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위험들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것은 의료진의 과실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환자가 금단증상으로 넘어지고, 또 이로 인해 의식 불명료, 구토, 고혈압 등 뇌손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증상을 보였음에도 환자를 진찰하지도 않은 채 알콜 금단증상으로 진단하고 처방한 것은 명백히 의사가 가져야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환자가 조속한 조치가 필요한 뇌출혈을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만큼 의사는 이에 대해 배상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환자가 보인 뇌출혈의 증상이 알콜의존증에 따른 금단증상과 유사했었던 것이 인정된다"고 설명하고 "또한 의료진이 환자의 뇌출혈을 즉시 진단해 최선을 다해 치료했더라도 질병의 특성상 완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며 병원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한편 환자 A씨의 유족들은 환자가 지난 1999년 알콜의존증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생활하던 중 금단현상에 따른 간질증세로 뒤로 넘어져 뇌출혈을 일으켰으나 의사가 이를 금단현상으로 진단하고 처방해 결국 사망에 이르자 의사의 과실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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