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보 문제로 병실 축소는 이미 오래전 얘기이고 통증과 두통 등 타 진료과와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죠.”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신경외과의원 원장은 비수술 분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개원가의 답답한 상황을 이같이 토로했다.
10일 신경외과개원의협의회(회장 최낙원)에 따르면, 수년전 병원과 의원에서 최고 대우를 받던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급여가 2~3년 사이 절반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과계 분야에서 정형외과와 함께 전성기를 누린 신경외과가 전문병원화에 이어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개원을 연기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원 8년차인 신경외과 전문의는 “과거에는 교통사고 환자를 중심으로 병실을 채우며 밥값으로 운영을 해왔지만 자보사의 압박과 식비 급여화로 직원들 인건비 충당도 힘든 상태”라면서 “사무장 고용이 줄어든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29병상을 운영하던 의원급이 5병상으로 버티기는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매년 80~90명 배출되고 있으나 대학병원에 남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개원’과 ‘봉직’이라는 갈림길에 서있는 상태이다.
개원의협의회 한 임원은 “후배들 대부분이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서울을 근무지로 여기고 있으나 경제불황 지속으로 개원을 꺼리는 실정”이라고 전하고 “예전 같으면 개원문의가 많았지만 지금은 수도권도 좋으니 봉직의 자리를 알아봐달라는 전화가 대부분”이라며 중소병원으로 숨어버린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세태를 전했다.
그는 “봉직의로 간다해도 척추 등 전문병원에서 근무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존 2000만원에 달하던 급여가 1000만원인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외과나 산부인과에 비하면 높다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진료과 평균치보다 못한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경외과 개원의들은 아직까지 버틸만하나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외과 추락의 연장선에 놓일 수 있다며 의원급에서 횡횡하는 비급여 쏠림현상이 표면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달 신경외과학회와 함께 신설한 ‘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 허철, 원주연세의대교수)의 설문결과, 370여명의 전체 개원의 중 4%가 ‘미용 영역으로 진료범위를 전환했다’고 응답해 신경외과 분야의 간판 내리기가 시작됐음을 반증했다.
신경외과개원의협 고도일 학술이사는 “대학병원에서 뇌수술과 척추술로 수술장에서 장시간 술기를 익힌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감기는 물론 미용까지 진출한 것은 과거에 상상도 못할 일”이라면서 “개원가 내부에서도 의원간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통증과 두통 등 수익에 치중한 영역으로 변화되는 추세”라며 경영유지에 발버둥치는 개원가의 실상을 피력했다.
이를 위해 개원의협의회도 회원들의 불황타개를 위한 수익성 확대 방안을 고심 중인 상태이다.
최낙원 회장은 “하반기 학술대회에서는 혈류검사와 두통 등 진료영역을 특화시키는 수익모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고 “많은 회원들이 힘든 환경에 놓여있지만 어려울수록 자신만의 치료 술기를 위해 노력하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과거 뇌 분야의 ‘칼잡이’로 통하며 명예와 권위를 자부하던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모습은 개원가의 생존이라는 현실적 장애에 가로막힌 채 빛바랜 사진처럼 퇴색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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