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환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구제법 국민청원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의료분쟁조정절차 마련을 위한 입법전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의료분쟁조정관련 법안은 △심재철 의원의 의료분쟁조정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최영희 의원의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박은수 의원이 소개한 국민청원안 의료사고피해구제법 등 총 3건.
이들 법안은 입증책임 전환 등 핵심규정을 두고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향후 법안심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의료분쟁조정법 '3안 3색'…의료계-시민단체 전면전 양상
실제 국회의 심의가 미처 시작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국민청원안의 등장 이후 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의료계의 경우 국민청원안을 두고, 또 시민단체들의 경우 심재철 의원안을 주적으로 지목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상황. 양측의 장외싸움은 벌써부터 시작된 셈이다.
각 법안의 특징과 이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자면, 일단 심재철 의원안의 경우 지난 17대 국회 최종 중재안을 상당부분 차용하고 있다.
입증책임을 환자와 의사가 분배하도록 하고, 이로 인한 의료인의 부담을 줄이고자 형사처벌 특례와 무과실사고 보상기금규정을 두었다는 점이 제일 큰 특징.
이를 지지하는 층에서는 과거 국회 논의과정을 통해 이미 정제된 법안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반대측에서는 의료계의 의견이 지나치제 반영된 이른바 '친의료계' 법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반대로 국민청원안은 과실 입증책임의 주체를 의사로 전환하는 한편, 의료인에 대한 각종 특례는 철저히 배제했다는 특징을 보인다.
형사처벌 특례와 무과실사고 보상기금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것.
이 밖에 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에 의료인의 참여를 배제하도록 한 점과 설명의무의 법제화, 진료기록 위변조시 형사처벌 조항 등을 두었다는 점도 눈에 띄인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의료사고로부터 환자들을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나 의료계는 "말도 안되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인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얘기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자면 민주당 최영희 의원의 안이 앞서 소개한 두개 법안의 절충점 정도로 보인다.
최 의원의 안은 입증책임은 전환하면서도, 이를 위한 보완조치로서 형사처벌특례나 의료사고보상기금 등을 인정하고 있다.
형사처벌 특례-무과실 보상 등…관계부처간 협의도 쉽지 않을 듯
법안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의료계와 시민단체들간의 다툼 만큼, 관계부처간의 협의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형상처벌 특례나 무과실 의료보상 기금 조성 등을 두고 정부 각 부처간 이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입증책임의 전환이 법안의 최대 쟁점이 된 것은 의료분쟁 혹은 의료사고조정을 위한 입법작업 역사에서 극히 최근의 일로 1988년부터 시작된 법안논의과정을 살펴보면, 그 이전에는 형사처벌 특례와 무과실 보상 등이 번번히 발목을 잡아왔다.
실제 지난 15대 국회에서는 정부 일각에서 무과실 보상제도 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입법안이 임기만료 폐기된 바 있다. 90년대 후반 들어 법 제정을 위한 당정협의가 실시되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형사처벌특례 규정을 두고 법무부가 반대의견을 내면서 법 제정이 무산됐다.
당시 법무부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의료배상공제조합 설립 및 가입의무화에 반대의견을, 행정자치부가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사무기구 설치에 반대입장을 표명했었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 지난 17대 국회 입법논의 과정에서도 형사처벌특례 규정 등을 두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법무부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면서 "시민단체와 의료계 등의 합의는 물론 정부부처간의 의견조율도 법 제정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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