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설계에 참여한 바 있는 연세대 이규식(보건행정학과,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교수는 21세기 의료선진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결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규식 교수는 최근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회장 김덕진) 병원 경영자 워크샵에 참석해 ‘보건의료정책 선진화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초청특강한 자리에서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역설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보건의료를 둘러싼 환경이 인구고령화와 저출산, 소득증가와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다양한 의료욕구 분출, 21세기 성장동력으로서의 의료산업, 선진국의 의료개혁 등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 교수는 “전국민 의료보험시대를 연 1977년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서 의료의 하향평준화와 효율성 저해를 초래하고, 건강보험 가입자간 불형평이 매년 커지는 문제가 초래되고 있으며, 건강보험 통합으로 제도 효율성을 상실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교수는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환자만 보도록 강제지정돼 민간의료를 불허하면서 건강보험에서 허용하지 않는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고, 부유층의 의료외유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박리다매형 의료, 의료공급자 통제 등으로 불만이 축적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하향평준화,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공급체계를 선진화하기 위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계약제로 전환하고, 민영의료 허용을 통한 소비자 선택권 보장 등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의료개혁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2008년 2월 미국 영화 ‘식코’의 상영과 촛불시위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무산됐다”고 꼬집었다.
요양기관계약제를 건강보험계약제로 둔갑시켜 건강보험이 붕괴하는 것처럼 선동하고, 영리병원 도입을 의료의 상업화로 둔갑시켜 이명박 정부가 의료를 민영화해 부자들을 위한 제도로 끌고 갈 것이라는 음모론을 펴면서 개혁을 가로 막았다는 것이다.
그는 “1977년 패러다임으로 21세기를 맞이할 수는 없으며, 21세기 일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분야에서도 이에 적합한 새 패러다임이 있어야한다”면서 “의료선진화 전략의 핵심은 정부의 의지”라고 못 박았다.
한편 이번 요양병원 경영자 워크샵에서 김덕진 회장은 "요양원 보다 낮은 수가로 노인의료에 헌신하라는 정부의 왜곡된 사고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요양병원 경영자들부터 전문화하고,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병원 경영자와 종사자들이 각종 교육이나 연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우리나라 노인의료의 장래가 무척 밝아 보인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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