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리의료법인 도입 문제와 관련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경제 논리를 들이대면 허용되어야 하고 국민 의료적 관점에서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은 '뜨거문 감자' 신세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정부의 정책 방향이 어느 쪽에 있는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지식경제부와 복지부의 견해가 갈리면서 서로 다른 반대의 시각을 가진 두개의 연구결과가 동시에 발표되고, 청와대까지 개입해 이쪽이다 저쪽이다 하며 갈팡질팡 하고 있다.
15일 발표한 연구결과 주요 내용을 간추려보면 보건산업진흥원은 영리병원을 허용할 경우 국민 의료비가 1조5000억∼2조 원가량 오르고, 의사들이 영리병원으로 빠져나가 최대 90여개의 중소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농촌지역의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해 질 것으로 진단했다. 진흥원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등의 조건을 달아도 부작용이 크다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KDI는 의료서비스가 늘어나면서 필수의료 부문에서 진료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첨단의료기술 연구가 활발해지고, 고용창출·경제성장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과가 엇갈리고 부처간에도 이견이 해소되지 않자 정부는 이날 있을 예정이던 합동브리핑을 취소했다.
우리를 더욱 근심스럽게 하는 것은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여론까지 서로 갈려 으르렁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리 의료법인 도입 문제를 두고 국론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다. 영리병원 문제는 5년 동안 계속 논란이 되어 온 사안인데 이제와서 이렇게 쟁점으로 부각되는 이유가 아리송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영리병원의 도입은 국민의료체계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비급여진료가 늘어나면서 진료비가 급증하게 되고 의료불평등이 발생하게 되며 의료기관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는 등 국민건강권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들도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1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영리병원 ‘도입 반대’가 42.9%, ‘도입 찬성’은 24.2%로 나타났다. 영리법인을 통해 의료사업을 발전시키고 의료기술을 향상시킨다는데 대해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경제논리에 건강권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보건의료 최고 전문가단체인 의료계도 영리병원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즉 여론의 주류는 영리병원의 반대에 있다. 이런 여론을 무시하고 경제논리만 앞세워 밀어부치기를 강행한다면 큰 낭패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 당국자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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