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외과와 흉부외과 전공의 기피현상이 점점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자 2009년 7월부터 수가를 각각 30%, 100% 가산했다. 그러나 수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지 않았고, 환자들의 빅5 집중현상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전공의 수급 불균형과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오히려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수가 인상 10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의료기관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편) 수가 인상효과 빅5 집중, 지방은 적자 허덕
(2편) 외과·흉부외과 수련환경 달라진 게 없다 (3편) 지방대병원 수가인상 상대적 박탈감 심화
(4편) 여전히 목마른 중소병원·동네의원
(5편) 정부가 나서야 진료 기피과가 산다
"병원장은 수가 인상으로 진료수입이 증가하니까 이게 웬 떡이냐 싶겠지만 전공의와 교수들은 과거보다 박탈감이 더 커졌습니다. 오죽하면 청와대에 지방 대학병원들 다 고사된다고 민원을 넣었겠습니까"
지방의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과장의 말이다.
정부가 전공의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외과와 흉부외과의 수가를 인상했지만 지방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대학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30일 "가끔 지역 흉부외과 과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수가 인상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며 "대부분이 차라리 수가를 올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서울의 빅5 병원들이 수가인상분을 거의 다 가져가는데다 대부분의 병원장들이 수련환경 개선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며 "수가 인상의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지방대병원의 외과, 흉부외과를 두 번 죽이는 꼴이 됐다"고 질타했다.
서울의 대형병원들과 지방대병원과 수가인상으로 인한 진료수입차가 상당해 지방의 병원들은 더 큰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B대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큰 병원들은 많게는 100억원씩 추가 수입이 들어오니 돈잔치를 하고 있지만 지방대병원들은 많아야 5억원 남짓"이라며 "이마저도 전공의들을 위해 투자하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모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들은 수가인상분을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환자들로부터 선택진료비를 받지 않겠다고 원장과 싸우기까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의 C대학병원 흉부외과. 이 병원에는 당초 교수 3명을 비롯, 6명의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3명의 전임의가 사표를 던지고 서울로 떠나면서 노교수 1명을 제외한 2명의 교수가 돌아가며 수술과 당직을 하고 있다.
이 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연봉이 수천만원씩 차이가 나는데 누가 지방대병원에 붙어 있으려고 하겠느냐"면서 "전공의가 없어도 그나마 전임의들이 있어 버텼는데 이제는 정말 문 닫을 일만 남은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제발 전임의, 전공의 월급이라도 서울의 병원 수준으로 맞춰주자고 병원장에게 통사정을 했지만 돌아온 건 침묵뿐이었다"며 "지방에서 큰 병원에 속하는 우리 병원이 이 정도라면 다른 병원들은 안봐도 뻔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지방 수련병원들은 수가인상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수가 인상 후 레지던트를 뽑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병원 전체의 사기만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D대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지난해 레지던트 모집전 한 인턴이 찾아와 흉부외과에 지원하겠다며 인사를 하고 갔는데 서울의 모 대형병원이 월급을 크게 올리자 그 쪽으로 가버렸다"며 "이러니 지역 수련병원 중 전공의를 뽑은데가 거의 없는 것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있는 전공의들이 서울에 비해 턱없이 적은 월급을 받는 걸 보면 기가 죽고, 서울 교수들의 월급이 쭉쭉 올라가는 걸 보면 더 기운이 빠지는게 지방대병원 교수들의 심정"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에 따라 지방대병원들은 빅5 병원에 환자들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지 않고서는 수가인상도, 전공의 수급개선도 먼나라 얘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대병원 외과 과장은 "문제는 수가인상이 아니라 빅5가 환자를 싹쓸이해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수가가 인상되면서 돈이 남아도니 전임의, 전공의까지 쓸어가버려 지방대병원의 생존이 위태로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결국 원천적으로 환자쏠림현상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단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면서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당수 지방대병원 교수들은 수가인상 폭도 병원에 따라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환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돌아가는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수가인상분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투입될 수 있도록 강력히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B대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차라리 차등수가제를 도입해 병원별로 차이를 둬야 한다"며 "수술이 일정 건수를 넘어가면 수가의 50%만 지급하고, 수술이 적으면 적을수록 높게 책정해 서울 대형병원과 지방대병원의 파이를 맞춰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A대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병원이 알아서 수가인상분을 활용하라고 하는 식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가 직접 지침을 내리고, 지도감독에 나서는 것만이 수가인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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