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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 솜방망이 처벌, 바지원장은 파멸의 길로

안창욱
발행날짜: 2010-07-17 06:50:38

비의료인은 고작 벌금, 의사는 독박…투자 허용 논란

|기획특집| 사무장병원 덫에 걸린 의사들
사무장병원 폐해가 심각하다. 의사로부터 면허를 대여해 병원을 설립한 후 환자들을 싹쓸이하는가 하면 탈세 등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원장이나 봉직의들은 의사 면허정지처분 뿐만 아니라 진료비 환불처분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사무장병원의 실상을 점검하고,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발을 들여놓는 순간 전과자, 낙오자 전락
(중)위험한 상생…결국 서로에게 칼을 겨뤘다
(하)판례로 본 사무장병원과 바지원장의 말로
사법부는 사무장병원을 사회통념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 이를 악용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2001년 11월 “의료인이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공모해 범죄 수행에 편의를 제공했다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행위는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반사회적”이라면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되더라도 형량은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2007년 지방의 모의료법인 이사장 A씨는 의사 B씨를 고용한 후 B씨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

A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의사 C씨의 의사면허증을 대여해 의료원을 개설하고, C씨에게 진료를 시켰다.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의사 B씨가 A씨의 기망에 의해 병원에 근무했고, 3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진료를 한 점을 참작해 선고 유예했다. 의사 C씨는 공판 중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그러나 사무장병원을 개설한 비의료인은 형사처벌만 받으면 되지만 이런 병원에 근무한 원장이나 봉직의들은 사정이 다르다.

사무장병원 원장으로 근무하다 적발된 의사는 면허정지처분 이외에 진료비 환수에다 채무까지 전부 떠안아야 한다.

본 기사와 사진은 무관함
메디칼타임즈가 보도한 바와 같이 사무장이 차린 Z요양병원에서 원장을 지낸 의사는 25억원의 부채를 떠안았고, 진료비 38억원 환수처분까지 받았다.

그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것은 사무장을 잡는 법은 없고, 의사를 잡는 법만 있다는 점”이라면서 “의료인과 비의료인에 대한 처벌이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L개원의는 “사무장들은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이 미약하다보니 죄의식이 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악용해 병원이 도산하면 의사에게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떠넘기고 돈만 챙겨 잠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선욱(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사무장병원이 도산해 사무장이 도주하면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낸 원장이 채무, 세금 등을 모두 책임져야 하고, 의사면허정지처분, 진료비 환수까지 당하기 때문에 결국 다치는 건 의사”라면서 “사무장은 기껏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고 강조했다.

의사협회 산하 불법의료대책위 오성일 위원장 역시 “사무장병원의 피해로 패가망신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법적인 조치가 요구된다”면서 “무엇보다 사무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의사와 의사가 아닌 자가 각 그 재산을 출자해 함께 병원을 개설한 후 그것을 운영해 얻은 수입을 등등한 비율로 배분하기로 한 약정은 의료법 위반으로 무효이며, 모든 책임이 의사에게 귀속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2003년 9월 “병원 운영에서 이익이나 취득한 재산,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의사 개인에게 귀속되며, 의사 아닌 동업자는 동업 약정이 무효로 돌아감에 따라 그 출자물의 반환만을 구할 수 있을 뿐이어서 대출금 반환 채무는 전액 의사 개인의 채무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합법적 투자 허용 여부 뜨거운 감자

한편 사무장병원이 기승을 부리면서 영리법인 허용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무장병원의 행태를 볼 때 영리법인을 허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최근 강남지역의 경우 초기 개원자금이 10억원에 달하다보니 사무장들의 투자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불법행위에 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이 1차 의료기관에 진입할 경우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사전에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형 자본이 유입된 사무장병원들은 탈세, 불법적 환자유인 행위 등을 일삼고 있어 문제가 심각한데 영리법인이 도입되면 더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나섰다.

반면 의사들이 막대한 개원 초기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합법적인 투자를 막을 것이냐는 반론도 있다.

현행법상 외부 투자자가 의료기관에 직접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본조달형 MSO(병원경영지원회사)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J성형외과 전문의는 “개원을 하려면 최소 5억원 이상이 있어야 하고, 의사들은 경영을 잘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의사는 진료만 하고 투자, 경영 등은 MSO가 도맡는 처리하면서 수입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모 MSO 대표는 "의료기관은 의사들이 주체가 돼야 하지만 앞으로는 비의료인과 선의의 투자주체의 간접지원도 필요하다"면서 "그래야 의료의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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