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씨(48세, 주부)가 가슴이 답답하고 조이는 느낌으로 급하게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2년 전부터 고혈압 약을 복용해 온 김 씨는 일 년 전에 폐경을 겪으면서 몸무게가 5Kg 이상 빠지고 신경이 매우 예민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최근 계속해서 취업에 실패하는 아들을 보면서 소화가 잘 안되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계속되다 급기야 응급실까지 찾은 것이다.
김씨는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가슴통증과 소화불량의 특별한 증상을 찾기 힘들었다. 보다 정밀한 검사를 위해 식도산도검사를 시행한 결과 위식도역류질환으로 진단되어 약을 복용하고 증상이 나아졌다.
이는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쓰림 증상과 신물이 넘어오는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의 사례다. 과도한 흡연과 음주 그리고 서구화된 식습관에 의한 비만 인구의 증가가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정혜경 교수팀은 이대목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중 대표적인 미란성(역류성식도염)과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를 분석, 그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결과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은 남성환자가 많은 반면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는 여성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의 경우 두통이나 현기증, 불면증, 관절통 등 신체화 증상을 동반할 경우 위식도역류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3배 가까이 높았다.
남성, 보이는 역류성식도염 많아
조사 대상자 2388명 가운데 12%인 286명이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인 역류성식도염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88%가 남성환자로 여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또한 역류성식도염 위험인자를 분석한 결과 남성은 여성에 비해 위험도가 8.8배 높았다.
정 교수는 “남성은 여성에 비해 사회활동이 많아 흡연, 음주, 비만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위식도역류질환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흡연이 중요한 위험인자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역류성식도염은 위산이 위에 머물거나 위 아래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식도로 역류해 들어가 식도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역류성식도염은 환자의 전형적인 증상과 내시경을 통한 식도 점막의 손상여부를 직접 보며 진단하며 위산의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을 통해 약 2달 정도 치료를 시행한다.
여성, 보이지 않는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많아
조사대상 중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자는 3.1%로 나타났고 그 중 52.7%가
여성 환자였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의 위험도가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여성들은 두통이나 현기증, 가슴통증, 불면증, 관절통 등 신체화 증상을 동반 할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위식도역류질환이 2.7배 흔했다. 신체화 증상(Somatization)은 흔히 ‘예민해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하며, 뚜렷하게 어디가 아프거나 병이 있지는 것은 아니지만 병적 증상을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
정 교수는 “남성은 흉통을 느낄 경우 큰 병으로 생각해 병원을 찾지만 여성은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통증이 계속되고 내시경 검사에 특별한 병변을 찾을 수 없어도 위식도역류질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들은 가슴쓰림과 산역류 등 전형적인 위식도역류질환 증상을 호소하지만 역류성식도염과 달리 내시경 검사상 식도의 점막 손상이 관찰되지 않는다.
이 때 환자는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24시간 식도 산도 검사를 통해 식도내의 산도를 직접 측정함으로써 위산의 역류 빈도와 정도를 정확히 알아 본 후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정 교수는 “미란성과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은 자연 경과가 다소 다른 질환으로 치료 방법과 기간이 차이 난다”며 “임상적 양상에 있어 남녀의 차이를 확인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시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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