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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이 의사가 되어야 하는데"

메디칼타임즈=성균관의대 2학년 정소예 휴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동안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동네 주민센터의 민원봉사부터 도서관 서가 정리, 플로깅 봉사, 지역아동센터 일일봉사, 병원 안내 봉사, 그리고 명동 가톨릭회관에서의 사무봉사까지 봉사활동이라면 가리지 않고 하루종일 찾아 나섰다.처음에는 갑자기 주어진 빈 시간을 채워야겠다는 약간의 강박과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봉사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일화들도 여럿 있었다.병원에서 안내를 도와주는 봉사를 하며 내원객들과 나눴던 대화들이 떠오른다. 병원에서 나는 아주 간단한 일을 맡았다. 그저 지정된 구역에서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내원객들을 돕거나 간혹 길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가르켜 주는, 그런 단순한 일. 어느 날 한 내원객께서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길을 물어보셨다.병원은 워낙 크고 북적이니, 처음 오신 분들은 길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차분히 내원객 분께 방향을 설명드리고 나니, 그분의 표정이 금새 밝아지셨다. 그리고서는 나에게 말씀하셨다."이런 사람들이 의사가 되어야 하는데, 요즘 의사나 의대생들은 그렇지가 않아" 당황스러웠다. 그분은 내가 의대생이라는 걸 전혀 모르실 텐데…곧바로 이어지는 현 의정 갈등에 대한 말씀, 나는 "아, 네"라고 애써 웃으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썩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저 평소처럼 응대했을 뿐인데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다니, 의대생으로 좋아해야 될지 슬퍼해야 될지 도통 알 수 없는 일이었다.평일에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나가다 보면, 대학생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다음부터는 똑같은 레퍼토리다. 무슨 과인지, 몇 학년인지, 그때마다 "의대 다니고 있어요"라는 대답과 "아" 하는 상대방의 반응. 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어 보이곤 했다.최근 뉴스에서 조명하는 의사와 의대생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어느샌가 심장이 쿵쾅거리고 속이 메스꺼웠다. 타인이 '의대생'이라는 집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지 않음을 인지할 때, 속상함과 함께 주눅드는 순간도 가끔은 찾아온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겠지만, '나' 라는 인간을 대할 때와 나라는 '의대생'을 대할 때 과연 같을까 싶은 생각도 간혹 들었다.휴학 전에는 공부가 바쁘다는 핑계와 친숙한 동기들과 함께하며, 내가 아는 세상은 익숙한 안락함 속에서 존재했다. 하지만 익명의 자원봉사자로 나서면서 세상은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배경과 사연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도 나름의 성찰을 하게 되었다. 봉사라는 단순한 활동이지만, 그 속에서 내가 속한 사회와 그 사회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었다. 특히 의대생이라는 신분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겨주었다.사람들은 흔히 의대생을 미래의 의사로, 고도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존재로 바라보지만, 그 기대 속에 내재된 감정은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봉사하며 만난 사람들 중 일부는 의사나 의대생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때로는 그 비판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럴 때면 마치 나 자신이 아닌, 내가 속한 집단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느껴져 혼란스럽기도 했다.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나에게 주는 교훈도 분명했다. 의대생 또는 휴학생이라는 모호한 나의 신분과는 별개로, 나는 한 사람으로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봉사활동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봉사는 단순히 남을 돕는 행위가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는 과정이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곳곳에 존재하고, 작은 친절일지라도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다른 사람들의 삶을 잠시뿐이지만 관찰하며 나의 일상에 대한 소중함도 느꼈다. 봉사활동을 통해 학기 중에 해보지 못했던 여러 경험들을 채워가면서, 스스로 많이 성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봉사활동은 내게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는 시야를 주었다.휴학 후 봉사에 전념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의사와 의대생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의료 문제의 복잡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시선과 대화를 통해, 의료진에 대한 기대와 신뢰뿐 아니라 비판적인 감정이 공존하고 있음을 직접 느꼈다.의정 갈등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의 시선은 어쩌면 단순히 의사나 의대생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소통과 신뢰의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결국, 봉사는 나에게 의사라는 직업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고, 내가 속한 세상과 그 속에서의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주었다. 이를 통해 더 넓은 시각과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의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2024-09-23 05:20:00오피니언

8개월이 지났다

메디칼타임즈=충남의대 1학년 김태훈 8개월이 지났다. 1년의 기간으로 휴학계를 신청했으나 수리되지 않았으니 잠정적인 유급인 셈이다. 2000명이라는 숫자는 많은 의대생에게 상흔을 남겼다. 교육의 질은 생각하지도 않고, 최소한의 현장의 목소리조차 듣지 않은 강압적인 정책 결정이었다.작금의 사태는 대화의 정치와 근거 기반의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민주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은 정책 결정의 기본적인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한다.하지만 교육 및 수련 여건에 대한 최소한의 점검과 소통이 이루어졌나? 28번이나 되는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증원 규모에 대한 명확한 수치가 한 번이라도 언급이 되었는가? 전공의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건강하지 않은 의료 시스템의 개혁 준비 과정에 전공의 당사자들의 요구나 목소리를 한 번도 듣지 않아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현장과의 소통, 의견 조율의 부재는 결국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갑작스러운 증원 발표에서 비롯된 문제이다. 소통 없는 상황 속 생기는 부작용들은 눈덩이처럼 굴러간다. 정부에 대한 집단적 트라우마와 불신이 누적된 의대생, 젊은 의사들은 10년, 20년 후 정부와 대화해야 할 전문가 집단이 된다.과다한 증원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교육을 받은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도 미래의 국민이다. 지금 망가져 가는 응급의료 체계도 복구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모두 다음 세대의 빚이 되는 것이다.이번에는 합리적인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는지를 보자. 원론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입학 정원의 70%가량을 1년 안에 늘림과 동시에 정상적인 교육의 질이 담보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도대체 왜 저자들마저도 2000명 일괄 증원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논문들을 근거로 삼아 무작정 돌격만 하는가?왜 개원 경력의 100%를 교육과 연구 실적으로 인정하면서까지 교수 임용을 졸속으로 진행하는가? 예과 2년이 시설 확충과 교수 임용 준비 기간이라는 식으로 무리한 증원을 강행하는 것은, 예본〮과 체제 폐지 및 의과대학 6년제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던 국내 의학교육에 대한 몰이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의학교육의 지속 가능성은 무너져 가고 있다.향후 전공의 인력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7월 정부는 병상 과잉 지역의 지자체들에 공문을 보냈다. 지역의료 붕괴 논란이 있는 6600병상 규모의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건설과 같은 과잉 병상 공급을 늘리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병상 과잉을 막으려는 그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규모만큼의 병원들이 증설되지 않은 채로 의대 증원이 이루어지면, 전체 전공의 TO 대비 현저히 많은 수의 일반의들이 배출된다. 늘어난 일반의들이 어느 분야로 빠지겠는가.의사 공급 과잉으로 피부미용 분야의 급여가 낮아지더라도, 일본의 15배, 영국의 566배나 되는 법적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필수의료에 지원할 젊은 의사들이 유의미하게 나타날까? 6600병상의 대학병원 분원 건설을 막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늘어나는 의대 졸업생 수와 전공의 TO 간의 균형이 없는 채로 증원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걱정이 되는 것이다.청년 의사들을 갈아 넣어 유지했던 수련병원의 시스템을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었을 때의 인건비와, 전공의들이 맡았던 업무 분담 등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숙고 없이 그들만의 '의료개혁'은 진행 중이다.전공의들의 수련체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늘어나는 의사 수에 대응하여 전공의 TO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증원 규모를 발표하기 이전에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하지만 향후 10년, 20년의 의학교육과 수련체계에 대한 구체적 설명의 부재는 어이없으면서도 두렵기만 하다.의료의 지속 가능성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부와 여당은 개탄스러운 모습만 보인다. 의과대학 커리큘럼을 파악조차 않고, 무리한 증원이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고 하는 교육부 장관에게는 영혼 있는 공직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 달 전만 해도 환자 곁을 지키며 지방의료를 지탱해오던 심장내과 의사에게 윽박을 지르며 소리를 치던 한 국회의원은 어떤가.정부의 강압적인 태도 또한 R&D 예산 삭감, 수능 킬러 문항 배제와 같은 전례들과 마찬가지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정 반대편에 있는 오답을 드는 경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바람직하지 않은 어른들의 모습에 실망감 말고 어떤 감정을 품어야 할지 모르겠다.전문가의 의견이 묵살되고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체계에 어떤 사람이 들어가려고 할까? 포퓰리즘으로 시작한 막가파식 의대 증원은 근본부터 잘못된 방향성을 띠고 있었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이전에 망칠 대로 망쳐버린 의학교육과 의료 현장부터 원상 복귀시켜야 한다.절차적 정당성과 최소한의 과학적 근거의 부재로 빚어진 정책에 찬성할 수 없다. 의대협과 대전협은 정부에 각각 요구안을 제시했다. 현 상황의 백지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진정한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단발적인 숫자놀음이 아닌 지속 가능한 근거 기반의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 이제는 지원자들의 순수한 내적 동기로 지탱해오던 바이탈과 인력 유지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법적 리스크, 수련 후 고용의 문제, 과도한 업무 부담 등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여 전공의들의 열정이 빛바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본인의 전공을 살려 의술을 펼치고 싶다는 게 비현실적인 바람으로 들리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현장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 가는 국가를 원한다.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정도도 못 바라나.
2024-09-09 05:00:00오피니언

의대생 시선으로 보는 의대증원…'투비닥터' 도서 제작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의대생단체 투비닥터(To Be Doctor)가 의대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 '코드블루 : 의대생, 대한민국 의료를 진단하다'를 제작해 배포한다.투비닥터는 전국 의대생·전공의 40여명이 소속된 비영리단체로, 의대증원 정책을 의대생 시선에서 풀어낸 도서 '코드블루'를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최근 밝혔다.의대생단체 투비닥터(To Be Doctor)가 의대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 '코드블루 : 의대생, 대한민국 의료를 진단하다'를 제작해 배포한다.제목인 '코드 블루'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의 위태로운 상황을 병원 내 응급 상황을 뜻하는 코드 블루에 비유한 것이다.책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세계 각국의 의료 ▲우리들의 목소리 ▲쉼표 등 네 챕터로 구성돼 있다.첫 챕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관련해 의대생이 보는 사실 관계 정리 및 전문가 인터뷰 등이 담겼다.이어 두 번째 챕터 '세계 각국의 의료'에는 현 사태의 핵심인 우리나라 수가제도를 소개하고, 이를 영국, 미국, 대만, 홍콩, 일본 해외 의료시스템과 총망라해 비교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세 번째 챕터인 '우리들의 목소리'에는 현 사태의 직접 당사자임에도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의대생들의 생각이 주로 담겼다.마지막 '쉼표'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터뷰를 포함해 휴학기간 의대생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서로에 대한 응원 메시지 등을 담아 공감과 위로를 전달했다.투비닥터는 김경훈 대표는 "의대생들의 시선으로 본 현 사태와 한국 의료의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한 의대생들의 고민과 생각을 담았다"며 "우리가 어떤 마음과 이유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되짚어보기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해 책을 출간했다"고 전했다.'코드블루'는 의대생과 전공의라면 누구나 구글폼을 통해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개원의, 교수 등 의사들도 소정의 후원금을 내면 받아볼 수 있다.
2024-05-13 19:53:24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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