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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

박경철
발행날짜: 2004-08-23 10:23:15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 연합클리닉 원장)

<고정칼럼 집필자 소개>
인터넷에서 필명'시골의사'로 통하는 박경철 외과전문의는 국내 최고의 사이버애널리스트로 MBN 주식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인정받고 있다.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중세에서 근ㆍ현대로 넘어오는 고비에는 과거의 정설을 뒤엎는 두차례의 전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중 하나는 코페르니쿠스의 전회이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세계관과 신학적 우주관이 지배하던 중세에,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생각의 뒤집기 (전회 轉回)를 통해, 종교와 관념에 억압당해왔던 과학과 철학을 해방시킨다.

두번째, 전회의 주인공은 엠마뉴엘 칸트이다. 그는 특정 형식으로 존재하는( 그렇다고 믿어지는 ) 대상 세계를 인간이 완전하게 읽어 내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중세철학의 고민을 스스로 "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고 말하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일거에 뒤집어 버린다.

인류의 과학정신사의 혁명이 코페르니쿠스의 전회라면, 인류정신사에 획기적 전환점을 가져온 것은, 칸트가 말한 "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이다.

이것은 대개 이런 것이다. 기존종교와 철학은 대상인식의 문제에 있어 두가지로 대립한다, 하나는 보여지는 대상세계가 실제 인간의 오감으로 파악되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즉, 뱀의 눈에 보이는 사물과, 물고기의 눈에 보이는 사물은 색과 굴곡과,형태가 다를 것이 분명한데. 이것은 이들의 감각기중에서 시각을 구성하는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곧은 막대기는 인간의 눈으로는 직선이지만, 물고기의 눈에는 곡선이며, 파충류의 눈에는 갈퀴로 보이게 되는데.그렇기 때문에 실제 인간이 직선이라 부르는 형태는 실제 우리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지, 원래의 모습은 아주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중언부언하자면, 현상세계의 유한성은 인간의 유한성 ( 인간의 능력은 본원 세계나 피안의 세계까지 볼 수 없고, 그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과 결합하여, "대상세계는 뭔가 다른 모습일텐데, 우리는 우리의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만 인식 함으로서 가짜의 세계를 진짜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칸트는 전혀 다른 각도로 해석한다.

인간은 능력이 유한함으로서 대상을 본유모습대로 있는 그대로 다 보지 못하고, 대상이 얼마나 거대한 세계인지를 모른체 제 눈에 보이는 것 만으로 이것이 우주인 줄로 착각하고 산다 <-- 이것은 대상에 대한 인간의 패배의식이다.

만약, 사물이 제까짓게 어떤 모습이던간에 사물로서 인간에게 인식되고 싶으면, 인간의 인식 범위에 맞추어서 그 모습을 드러내야지, 인간의 인식 범위가 아닌것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면, 우리도 그 모습을 인정 할 수 없다 <-- 이렇게 말하면 인간의 시각이 주(主)가 된다.

칸트는 인간이 인식 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오히려 인식의 조건으로 내세워 사물을 몰아 붙인다."사물이란 것들은 이러한 조건에 따라서 나타날 때만 우리가 인식 할 것이며, 이 조건외의 조건으로 나타나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 버릴 것이다" 고 말한 것이다.

이것은 본유적으로 인간의 인식을 넘어서는 사물에 대해, 이것을 어떻게 인식할까 고민하면서 돋보기를 들고 사물의 주위를 맴도는 인간의 처지에서, 사물이 인간에게 어떻게 인식되어질까를 맞추기위해 인간의 인식주위를 빙빙도는 존재로 격하시켜버린다.

칸트는 이것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고 부른다.

필자 역시 잘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설명하느라 말이 많아졌지만 오늘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것은 "인식의 전환"에 관한 것이다.

지금 사회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과거에 "~~라고 여겨지던" 것에서의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니체가 예견 했듯이 지금은 과잉의 시대에 돌입했다.,베이비붐 이후 사회 각분야는 넘쳐나는 잉여자원을 처리하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

길거리에는 청년 실업자가,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탈북자는 탈북자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심지어,범죄와 탈북자와, 불법 노동자에, 쓰레기와 폐기물, 심지어 남녀간의 애정사까지 과잉과 잉여의 퇴적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때문에 지금은 누구나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잉여와 과잉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돌입했으며, 이때문에 사회 어디를 둘러보아도 이제 만만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

이점은 의료계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YS 정권 시절 마구잡이 의대신증설로 인해 의사의 공급과잉이 일어나고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목을 조르는 것 같지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그시절은 어느분야도 다 그러했던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의사가 두배로 늘어 날 때, 사법고시 합격자가 세배로 늘어나고, 본의아니게 식당 주인이 된사람들은 열배쯤 늘어났으며, 실업자는 5배로, 심지어 목매어 죽는 자살자수 역시 수배가 증가했다. 도처에 과잉이 아닌곳이 없고, 사방이 잉여의 쓰레기더미가 없는곳이 없다.

지금 의료계가 당면한 문제 역시.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들 " ~~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다, 사실 본질은 저것의 이면에 있으며, 이것의 배후에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의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역사발전 단계의 하나의 현상이지, 그것이 의대입학정원을 줄이고 의약분업을 뒤집는다고 해결되지 않으며. 타 직역들도 의사를 상대로 투쟁하고 대립의 칼날을 세운다고 그들의 몫이 커지지도 않는다.( 그들 역시 과잉의 시대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의사들이 먼저, 과거 일인의료 시스템을 자성하고, 타직역의 전문성을 존중 해야하며 ( 물리치료사가 의사보다 물리치료를 잘 하고, 간호사가 널싱 캐어에 전문가이며, 병리사가 혈액분석기를 더 잘다루고, 방사선사가 사진을 잘 찍는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신뢰의 바탕 위에서 각 직역들을 함께 아울러 의료산업의 동반자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만약 현재처럼 타직역들이 의료계 발전을 "의사의 배를 불리는 정책"으로 불신하는 한 ( 의사는 의사대로 그들의 생존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범 의료계는 사회적 약자대 강자의 대결구도로 재편되어, 이전투구끝에 결과적으로 아무도 승자가 되지 못하고. 모두가 패배자가 되고 말 것이다.( 이미 의료계는 간호사에게 의사의 비리를 고발하게하고, 의사는 간호사를 불신하며, 물리치료사는 단독개원을, 의사는 거부를, 보건노조는 의보 확대를, 의사는 임금억제를 주장하면서 분열되어 가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이 시점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가 필요하다.

이제 의사는 타직역을 근로자로 보는 시각을 버리고, 의료의 동반자로 인정해야한다. 이제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머리를 맞대면서 범 의료계의 중지를 모아야 의료가 살고 의사가 살고 그들도 산다.( 이러한 화합만이 아무리 정당한 주장을 해도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약점으로 작용하는 "가진자 와 기득권의 이미지"를 상쇄시켜 줄 수있을 것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인식을 전환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서로를 인정하고 화합하지 않으면 결국 전체가 외면 당하고, 결국 한 줌도 안되는 비전문가들이(관료)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의료대계를 좌지우지하게 되는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조무사,물리치료사,병리사,방사선사.., 모두 나름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화합하며 서로를 존경하자. 그래서 범의료계가 주도하는 의료환경을 설계하고, 국가 건강대계를 비전문가들의 손에서 빼았아서, 우리손으로 건강대계의 초석을 놓아보면 어떤가?

의협회장께 제안한다. 의협회장이 단체의 대표들을 먼저 삼계탕집으로 초대를 해서, 소주잔을 하나씩 들고 이렇게 건배 한 번 제안해보면 어떻겠는가?

"우리가 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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