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문학에 대해 교육하고 평가한다고 해서 좋은 의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배 의사나 의과대학에서 만나는 교수들이 모범을 보이는 게 최고의 인문학 교육이라고 본다."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이재담 교수(55·의무부총장)는 의료인문학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가장 훌륭한 인문학 교과서는 생활 속에서 만나는 선배 의사나 교수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2006년부터 의과대학 학장을 연임한 그는 의료인문학 강의를 맡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의사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저서로는 책 「의학의 역사」 「이재담 교수의 간추린 의학의 역사」가 있으며 번역서로는 「근세 서양의학사」와 「의료윤리」 등이 있다.
이 교수는 의료인문학 교육은 이론에 머물기 보다는 실질적인 교육이 돼야한다고 했다. 즉,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담아야한다는 얘기다.
그는 자신의 의사학 강의에서 이 같은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역사 속의 인물을 중심으로 강의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롤 모델을 제시해주는 식이다.
또한 그는 의사국시에서 의료인문학 문항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희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물론 의사국사시험에 문항을 넣으면 전국 의과대학에 의료인문학과가 설치되는 등 순기능이 있겠지만 교육효과가 높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교수는 필기시험 대신 실기시험에서 모의환자 진료 평가를 통해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의과대학에서 의사학 강의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올바른 의료인문학 교육의 방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A: 일단 이것부터 생각해보자. 내가 의과대학에 다닐 땐 의료인문학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인간성이 나빠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울산의대의 의료인문학 교육 목표는 '교육을 통해 적어도 몰라서 사법 절차를 밟게되는 일은 막자'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환자 진료에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공중보건의사를 하면서 아르바이트하면 안 된다. 제약사 직원들에게 리베이트를 받으면 불법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문학 교육의 필요성을 찾는다면 무엇인가.
A: 물론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의료인문학 교육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의사 개인의 판단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의사학을 예로 들면 역사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롤 모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의료인문학은 이론보다 생활 속에서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의나 과제를 잘 수행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Q: 울산의대를 예로 들어 말해달라.
A: 우리는 몇 년전부터 교수와 학생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려고 노력 중이다. 의대 교수를 동아리 지도교수, 생활지도 교수, 기숙사 사감 등으로 배치해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특히 학생들과 함께 한 식사 비용을 의대에서 지불해주도록 함으로써 교수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이 함께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의사가 행복하게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교육이 된다고 본다.
가령 산악회 학생들이 선배나 교수들에게 인사를 잘하는 데 생각해보면 평소 산악회에서 교수들이 선배들에게 깎듯이 대하는 모습을 자주 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인성교육은 교과서에 있는 게 아니라 교수가 모범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할 게 아닐까.
Q: 의사국시에 의료인문학 문항을 넣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글쎄, 의미가 없다고 본다. 물론 국가고시에 문항이 포함되면 의료인문학 전체 파이가 커지는 순기능은 있겠지만 의료인문학 교육의 취지를 생각할 때 좋은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필기시험이 아닌 모의환자 실기시험을 통해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평가하는 방법이 낫지 않을까.
처음에는 취지에 맞춰서 문항을 넣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암기과목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변별력을 키우다보면 암기식 문항을 넣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Q: 의료인문학 교육에 대해 이론보다는 실질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A: 그렇다. 모범이 되는 선배의사가 행복하게 살아야한다. 그래야 이를 따라간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인성교육이다. 교수를 위한 의료인문학 교육이 아니라 학생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즉, 학생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교수가 많아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의사 출신 교수와 인문학 출신의 의료인문학 교수가 협조해서 의료현장에 도움이 되는 눈높이 교육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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