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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이해되지 않았으면 싶은 노교수 말씀"

안창욱
발행날짜: 2011-11-29 06:37:12

의사수필가들 3집 발간…진료현장 보람, 슬픔, 고뇌 담아

의사 수필가들이 진료현장에서 마주한 아픔과 사랑, 슬픔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한국의사수필가협회(회장 이방헌)는 최근 공동수필집 제3집 '행복해지고 싶으면(출판사 북나비)'을 출판했다.

이방헌 회장은 머리말에서 "30여 의사수필가들의 글 속에는 의사들의 순수한 삶이 배어 있고, 환자의 아픔과 함께 하면서 느꼈던 뿌듯함과 보람, 때론 슬픔과 고뇌도 담겨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앞으로도 우리 회원들은 수필을 통해 '성공하는 의사'보다 '좋은 의사'가, '잘난 의사'보다 '멋진 의사'가 되는 길을 지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 천안 큰사랑요양병원 장덕민(신경과) 과장은 초심을 잃고 살아온 자신을 되돌아 본 '그날의 짜장면'을 실었다.

그는 "요양병원에서의 의사 생활이 4년째로 접어들면서 나는 죽음에 무디어지고 있었다"고 적었다.

그는 4월 14일 '블랙 데이'를 맞아 짜장면을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던 환자가 사망한 일을 소개했다.

고인의 아들에게 환자가 위독하다고 알리고 이런 저런 조치를 취한 후 돌아와 보니 그 사이 짜장면이 도착해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염치없이 나는 뱃속 꼬르륵 소리에 비닐 랩을 벗겨 허겁지겁 짜장면을 비벼 먹기 시작했다.

그 사이 노인의 아들이 도착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냈다.

그는 책에서 "내가 이 사람에게 감사받을 무엇을 했는가? (중략) 게다가 내 환자가 홀로 이 세상을 마감했는데 난 아무렇지도 않게 짜장면이나 먹고 있지 않았던가"라고 자책했다.

"그날 내가 먹었던 짬뽕보다 더 뜨겁고 매웠던 짜장면, 그것은 나의 부끄러움이었고, 어느 틈엔가 잊고 있었던 나의 첫 마음이었다."

외과의사인 남호탁 수필가는 '노의사의 문상'에서 씁쓸한 의료 현실을 꼬집었다.

과거 그가 수련의 1년차이던 시절, 그의 스승은 수련의들을 의국으로 불러 모아 전날 상가에게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고 한다.

그의 스승이 친구인 상주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초면인 문상객이 상주에게 다가와 "왜 어머님을 병원에서 돌아가시게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그 문상객은 "이런 답답한 사람을 보겠나. 병원에서 돌아가셔야 장례비라도 받아낼 것 아닌가?"하고 말하며 끌끌 혀를 차더라는 것이었다.

그의 스승은 이 이야기를 수련의들에게 한 뒤 "이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제자들에게 존경받는 원로의사이자 대학병원의 주임교수라는 분이 고작 이런 말씀밖에 들려줄 수 없는가 라고 매우 의아했고 실망스럽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원히 이해가 되지 않았으면 싶은 노교수의 말씀이 이제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으니 씁쓸하기만 하다"고 썼다.

김호택 의사수필가는 ''루프스'와 역지사지'에서 지난해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전공의들의 진료 참관을 제한하는 법안을 검토하면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의대 교수가 환자를 앞에 두고 학생과 젊은 의사들을 교육하는 것은 수백 년을 내려온 전통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환기시켰다.

물론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알지 못하는 얘기들을 주고 받으면 당연히 기분이 나빠지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는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그 국회의원의 황당하고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 이해와 소통의 방식이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그것은 대학교수나 수련의, 심지어는 학생들까지도 환자에게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으니 조금 불편하고 불쾌하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양해를 구하는 방식이라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래저래 세상사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큰 요소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고, 끊임없이 반성하며 느끼는 가장 많은 생각은 역지사지가 아닌가 싶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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