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월요일 정오. 40인치가 넘는 모니터 앞에 의사 6명이 둘러앉았다. 대장암 세포가 폐까지 전이된 환자에 대한 치료지침을 정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가 모인 것. 이 자리엔 모니터에 나오는 영상의 주인공인 환자와 보호자까지 함께 한다.
10명에 가까운 이들은 수술을 해야 할지, 항암제를 먼저 복용해야 할지, 방사선 치료를 먼저 해야할지 등을 논의하고 치료 방침을 환자에게 이야기해준다.
환자와 보호자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바로 질문한다.
2월부터 문을 연 세브란스병원 다학제 클리닉의 모습이다.
매주 월요일 점심 시간에 대장항문외과, 종양내과,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시간 30분 동안 대장암 환자 5~10명의 치료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암의 전이 여부에 따라 흉부외과, 병리학과 전문의도 참석한다.
세브란스병원은 25년 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다학제 클리닉에 관심을 갖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밀려드는 환자에 비해 의료진이 부족하고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아 오래 시행되지 못했다. 그 사이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은 다학제 진료를 시작하며 한발 앞서 나갔다.
세브란스병원은 2년 후 암병원 개원에 앞서 대장암팀을 시작으로 다학제클리닉 운영에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첫 발을 내디뎠다.
다학제 진료는 각 진료과 전문가들이 모여 회의하던 다학제 컨퍼런스(conference)에 환자가 들어온 것이다.
대장암 다학제 진료를 이끌고 있는 종양내과 안중배 교수는 "과거에는 암 진단을 받으면 여러 과를 환자가 불편하게 직접 찾아다녀야 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치료방법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환자에게 제일 좋은 진료형태가 다학제적 진료"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진료과 의사들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 수요자 입장에서는 시간도, 돈도 더 절약할 수 있다. 궁금한 점은 바로 질문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학제 진료가 보다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가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
세브란스병원 다학제 클리닉에도 5개 과 이상의 전문가가 모여 의견을 나누지만 진찰료는 하나만 인정된다. 병원 차원에서 수당을 따로 지급하지도 않는다.
안 교수는 "보건복지부의 수가 시스템이 개선돼야 병원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의료진이 환자한테 좋은 것이라는 데 모두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안중배 교수가 수가 보장과 함께 거듭 강조한 것은 '팀(team)'의 중요성이다.
그는 "과거에는 병원들이 스타의사 영입에 신경을 썼다면 현재는 조화로운 팀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학제 진료는 발전된 방식의 팀 어프로치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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