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서울아산병원 김종성(신경과) 교수의 발언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법원은 김 교수의 말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14부는 지난 4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70명이 서울아산병원 김종성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6일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원고가 문제 삼은 발언으로 의해 70명 개개인이 피해자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예외적인 것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도덕적 비난을 가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김종성 교수가 작년 3월 국회 공청회에서 한 발언과, 6월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 창립총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 보도된 내용을 문제 삼았다.
김 교수가 한 발언은 다음과 같다.
"…뇌졸중 환자, 치매환자, 파킨슨 환자는 다 활동이 불편해요. 모든 사람이 와서 약하나 탈려고. 그런데 이 사람들 마음의 병이 아니거든요. 정말 미친 사람이 아닌, 정신과 병이 아니에요. 뇌 손상 증상이지. 그런데 왜 정신과로 가야 됩니까? 정신과로 가면서 '나는 미쳤나?' '내가 뭐 잘못됐나?'라는 생각을 가지면 더 괴로워집니다…"
또 재판부는 김 교수의 발언을 하나하나 짚으며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교수가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가는 곳이다'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판단 주체를 환자 자신으로 명확히 밝히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생각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설령 김 교수가 간접적으로 인정 하고 있었더라도 '미치다' '정신과'에 대한 사전적 의미에 따라서 그 내용이 허위라고 할 수 없다"고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김 교수의 발언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는 다소 모욕적일 수 있지만 정신과 의사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사회로부터 받은 객관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신과 선생님들은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를 보다 보니까 저희가 보기에는 뇌 손상에 대한 약이기 보다는 약간 다른 각도로 약을 치료 하시는데다가, 약을 너무 많이 쓰세요. 제가 보기에는…"
재판부는 김 교수의 이 발언에 대해서도 "피고가 현행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규정을 이야기하면서 신경과 전문의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이고, 약을 많이 쓰는지 적게 쓰는지는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발언은 피고의 주관적인 의견 표명에 불과하고,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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