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배고플 때 유혹의 목소리가 더욱 잘 들리는 법이다.
하지만 아무리 취업이 어렵다고 해도 빠지지 말아야 할 유혹이 하나 있다. 바로 사무장병원이 부르는 달콤한 목소리다.
지난 달 소집해제된 공중보건의사들이 병원의 문을 두드리면서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행여나 취직한 곳이 사무장병원은 아닐까하는 불안이다.
특별한 이유없이 높은 연봉과 안정된 자리를 보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알고도 당한다'는 사무장병원의 판별법을 법무법인 세승의 김선욱 변호사를 통해 알아봤다.
▲겉은 의료법인, 알고 보면 사무장병원
실제 의료법인으로 운영되는 곳 중에 사무장병원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의료법인으로 '가장한' 병원이다.
실제로는 법인이 아니면서 의료법인인 것처럼 속여 의사들을 채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봉직의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사무장이 비밀리에 채용된 봉직의의 명의를 도용해 해당 기관의 개설자로 등록하는 사례가 바로 이런 일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만일 채용된 후 병의원에서 "보건소에 신고해야 하니 도장을 달라"는 식으로 말을 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신고증'을 가져와 도장을 찍으라고 한다면 100% 사무장이라고 보면 된다.
관련 서류의 기입이나 채용 절차상 도장을 달라고 해도 절대 주면 안 된다. 도장을 찍을 때는 반드시 어떤 서류에 찍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더욱 간단한 방법은 보건소에 확인전화를 하는 것이다.
채용된 병원이 미심쩍다면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의료법인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선배 말만 믿었다간 뒷통수…"조심 또 조심"
두번째는 주로 선배를 통해 알음알음 취직되는 경우 자주 발생한다.
면허를 대여해준 의사를 개설 원장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사무장이 오너인 기관에 취직하는 사례다.
A씨는 최근 좋은 자리라는 말에 속아 선배의 병원에서 일하게 됐다가 그곳이 사무장병원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상한 낌새를 챈 것은 개설 원장인 선배가 면접 당시에도, 심지어는 연봉계약서를 작성하는 순간에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A씨가 1~2년간 봉직의로 일하면서 병원에서 선배를 실제로 본적도 없었다.
알고보니 선배는 명목상 '개설원장'이었을 뿐 사무장에게 면허를 대여해준 일명 '바지 원장'이었던 것이다.
이런 의심이 드는 경우라면 개설 원장을 직접 만나 수익의 배분을 일반인과 나누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진료 수익을 일반인(사무장)과 나누는 식으로 명목상 원장과 실질 소유주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100% 사무장병원이다.
사무장병원인지 모르고 취직했다면 봉직의는 환수 책임에서는 자유롭다. 다만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는 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그만두고 나와야 한다.
인지한 후에도 계속 봉직의로 일하다가는 환수와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장으로 모십니다. 몸만 오십시오"
일절 지분이나 금전적 투자없이 맨몸으로 가도 '원장' 대접을 해주는 곳이라면 사무장병원인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주로 병원을 차려줄 테니 와서 진료 수익을 나눠갖자고 하는 형태가 많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의 (지분)수익을 개설원장과 일반인이 나누는 것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의료기관 1인 1개소법이 시행됨에 따라 한 사람이 여러 곳의 분점을 내는 형태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다른 곳에 이미 병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선배가 돈을 대줄 테니 와서 개설원장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라면 냉정하게 거절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미 병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별도의 병의원을 운영하는 것은 1인 1개소 원칙을 어긴, 사실상 의료인에 의한 사무장병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업체가 병원을 차려주고 리스 비용을 받아가는 대신 지분이나 매월 진료 수입의 일정 부분을 나눠갖자고 하는 것도 사무장병원의 수법에 해당하니 주의하도록 하자.
"사무장병원은 패가 망신의 지름길"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승 김선욱 대표 변호사는 절대 사무장병원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사무장병원인지 모르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는 사무장병원인지 알면서도 가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김 변호사는 "자기 돈을 투자하지 않았는데도 오너를 시켜주겠다고 하면 거의가 사무장병원"이라면서 "인생에서 투자 없이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되면 면허정지에 진료 금액의 5배 환수라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당하는 마당에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인생 도박을 벌이지 말라는 것.
그는 "주로 보드를 땄지만 개원할 용기가 없거나 이미 한번 개원 실패를 맛본 의사들이 사무장병원의 유혹에 빠진다"면서 "은퇴해서 용돈이나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면허를 대여해 줬다가 날벼락을 맞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무장병원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의사 면허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패가망신의 지름길인 사무장병원의 유혹에는 절대 빠지지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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