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의료정책 3종세트 '포괄수가제·청구실명제·자보진료비심사'가 7월 1일 동시에 시행됨에 따라 의료기관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당장 병원에 도입해야 하는 보험심사팀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한 대학병원 보험심사팀 관계자는 20일 "6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또한 3종 세트를 반대해 왔던 병원장들은 "일단 제도는 정상적으로 시행한다고 해도 불과 몇 개월 만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제도의 취지 자체에도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굵직한 정책 3가지를 한꺼번에 시행하려니 과부화가 걸린다는 게 병원계의 불만이다.
병협에서 실시한 청구실명제 연수교육. 높은 관심을 드러내듯 병원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포괄수가제만 해도 7개 질환에 한해 적용하지만 이를 병원 전산 프로그램에 적용하려면 전체를 손봐야하는 대대적인 작업이라 만만치 않다.
A대학병원 보험심사팀장은 "DRG가 가장 골칫거리다. 의사, 간호사, 진료비 청구 프로그램 등 병원 전산을 다 바꿔야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토로했다.
청구실명제 또한 문제가 간단치 않다. 제도의 취지가 인턴, 레지던트 심지어 대진의까지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의 이름을 모두 기록에 남기자는 것인 만큼 시스템으로 실현하는 과정이 복잡하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A대학병원 팀장은 "청구실명제는 워낙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에 100% 완벽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일단 시행하면서 수정,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자보진료비 심사 기관이 심평원으로 바뀐 것도 병원에는 고스란히 업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자보진료비 심사는 우선 청구실명제 이전 프로그램에 맞춰서 실시하고 추후에 수정하기로 하면서 일이 더 복잡하게 꼬였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DRG는 청구실명제를 반영해 실시하고, 자보진료비 심사는 이와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를 고려해 자보심사만이라도 오는 10월부터 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정부는 기어코 7월에 동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병원에서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하고 어려움을 호소해도 받아주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준비 중이지만, 조만간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병협 나춘균 보험위원장은 "지금까지 3가지 정부 정책이 부당하다는 것을 거듭 주장해 왔지만 정부는 이를 강행했고 7월 시행하게 됐다"면서 "분명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의료기관 및 의료진의 진료행태를 정부가 쥐락펴락하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면서 "이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의사를 더 옥죄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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