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대정부 투쟁에 힘을 보태기로 결정한 전공의들이 당장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속도 조절에 나섰다.
혹여 의협의 투쟁 로드맵이 확정되기 전에 비대위를 발족할 경우 투쟁의 전위대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는 3일로 예정된 비대위원장 공개모집 마감을 오는 15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위원으로 지원한 전공의들은 당분간 준비위원회의 일을 도우며 비대위 구성을 위한 사전 준비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철수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비대위에 지원한 전공의들은 있지만 비대위원장직은 선뜻 나서는 전공의가 없었다"면서 "의협의 로드맵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총대를 메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라 우선 오는 15일까지 비대위원장 공모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며 "비대위 구성도 그 시기가 적당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공의들은 아직 의협의 로드맵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 비대위가 구성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칫 투쟁의 전위대로 인식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의협은 총파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2월 중순 대정부 협상 결과를 수용할지에 대한 대회원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상태.
즉, 협상 결과에 대해 회원들이 만족한다는 답변이 나올 경우 3월로 예정된 총 파업 등의 강경 대응은 무산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전공의들이 먼저 비대위를 구성하고 파업 준비에 들어갈 경우 공연한 오해와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철수 위원장은 "의협이 예고한 3월 총파업에 맞춰 전공의들도 체계적으로 투쟁 로드맵을 짜자는 의미에서 비대위 구성을 서두른 것"이라며 "의협이 아직 어떠한 액션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비대위를 구성할 경우 마치 투쟁에 앞장 서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과거 의약분업 투쟁 등에서도 개원의들과 봉직의 등 선배들이 먼저 깃발을 들고 전공의들이 따라가는 수순으로 파업이 진행됐다"며 "이러한 수순이 합리적이지 않겠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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