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 내정자가 현 수가협상 제도 개선을 강도 높게 주장한 사실이 확인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 내정자.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 내정자는 지난 6월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주최한 건강특위 세미나에서 "의료비 관리기능 미비와 협상 기준 및 원칙 부재 등 현 수가계약 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공개로 열린 세미나에서 김진수 비서관(당시 보사연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수가계약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가' 주제발표를 통해 수가계약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현행 요양급여비용 계약제는 계약 당사자인 보험자 대표인 건보공단 이사장(가입자)와 유형별 의료공급자 대표(공급자)이나 양 당사자 모두 계약 당사자로서 실질적 역량을 발생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입자 측의 경우, 계약체결 전 재정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므로 당사자의 재량권이 축소되어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계약에 임하기 어려우며, 수가계약 전제로 부대조건을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급자 측의 경우,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및 간호협회 등 다양한 직종간 협상결과가 명시적으로 다른 단체에 영향을 주고 공급자 대표가 계약에 관한 실질적 영향을 갖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먼저 도장을 찍는 사람이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수가협상 절차와 기준 부재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김진수 비서관은 "보험자 대표와 의약계 대표와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 곧바로 복지부장관이 건정심 심의를 거쳐 요양급여비용을 정하도록 하고 있어 계약제 특성인 당사자 자치 원칙을 훼손할 수 있으며 성실한 계약 유도의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수가협상 결정구조 모형도.
특히 진료비지불제도가 행위별수가제이고 계약이 포괄적인 의료비용이 아닌 의료수가(환산지수)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어 의료비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놓고 전체 의료비에 대한 포괄적 관리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근거자료로 매년 수가인상률은 3% 미만에서 결정해도 총 진료비는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김진수 비서관은 다양한 연구성과물이 활용되고 있지만 가입자와 공급자 모두 만족하는 적정한 대안을 찾아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적절한 수가수준을 밝히기 위한 객관적 자료 확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 천 만원을 들인 연구가 협상에서는 제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없다면서 과거 연구결과를 보면 공단의 결과는 마이너스, 의약단체 경우는 7~10% 인상에서 출발하다고 설명했다.
김 비서관은 수가계약 당사자의 모호성과 분쟁조정 및 중재기능 미흡과 관련된 문제는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 문제이나, 의료비 관리기능 미비와 객관적 자료 부재는 현행 수가계약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안으로 대만의 총액예산제를 제시했다.
김 비서관은 "대만은 총액예산제를 통해 의료비용 합리적 관리와 재무 운영 자립도 확보, 의료 질과 국민 건강 향상을 이루고자 했으며, 소비자와 공급자 이익충돌을 해결하고 정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액예산을 결정하는 협상요소는 신의료기술과 신약, 제도 변화, 소외지역 시설 및 인력 등으로, 비협상요소는 인구변화 지수와 의료가지수가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비서관은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 기금화 속에서 수가를 일정기간(2~3년)에 한번 씩 계약하고, 계약 필요성은 사회보장기본법 개정과 함께 설치된 사회보장위원회내 위원회(가칭 '진료비보수 개정위원회)를 통해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5년간 가입자와 의약단체 요양급여비용 계약 결과.
그는 "위원회에서 새로운 수가계약이 필요하다고 결정할 경우 전국 의료기관 실태조사를 실시해 의료시설 개요와 손익 상황, 자산 및 부채, 종사자 인원 및 급여 상황 등을 조사해야 한다"며 수가변동을 위한 근거자료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김 비서관은 "복지부와 기재부는 의료기관 실태조사 결과를 참고로 경제성장률과 물가동향, 임금동향 등 거시적 경제지표를 이용해 수가를 결정해, 진료비보수 개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창했다.
건강보험 전문가로 알려진 김진수 비서관의 수가협상 구조 개선은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라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나, 총액계약제와 유사한 총액예산제 주장은 논란이 예상된다.
수가협상 및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 건강보험 구조 개편은 의정 합의사항에 포함된 내용으로 복지부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 비서관의 개혁 강도에 따라 의료계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김진수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건보공단과 심평원 등 산하기관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으며 복지 및 보건의료 분야의 새로운 청사진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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