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다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 경북 대구 문성병원의 병동에는 간호 스테이션이 없었다. 복도 한켠에 긴 책상에 의자 몇개가 전부였다. 환자 약 보관서랍은 물론 병동에서 사용하는 담요 등을 정리해 둘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보니 복도에 환자 차트 정리가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 이불이며 산소통이 널려있었다.
# 최근 EMR시스템이 대세라지만 여전히 OCS (Order Communication System)로 해결해왔다. EMR서버를 사용하려면 적어도 1억원 이상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 바꾸면 좋아진다는 것은 알지만 만만치 않은 예산에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경북도 대구에 위치한 문성병원이 인증평가를 받기 이전의 모습이다. 문성병원은 이 모든 문제를 인증평가를 준비하면서 해결했다.
이 병원은 보건복지부 신경과 전문병원이라는 간판이 무색하게도 시설이며 시스템 모두 낙후했다.
지난 1976년 개원 당시의 시설을 별다른 변화없이 최근까지 그대로 유지하다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70년대에 머물러 있었다.
심지어 화장실도 불과 4년전에 재래식에서 수세식으로 바꿨을 정도다.
다만 수십년간 한자리에서 오래 개원해 있다보니 지역 내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아 근근이 환자 풀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인증평가를 통해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병원 내부 직원들은 "완전히 다른 병원에 다니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시설적인 면. 특히 병동 내 간호스테이션은 완전히 탈바꿈했다.
과거 복도에 긴 책상 하나 덜렁 있던 간호 스테이션에 벽을 만들어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그러자 이전처럼 복도에 환자 이불이며 휠체어가 뒤섞여 공간을 어지럽히는 일이 없어졌다.
정미선 간호팀장은 "복도에 공간을 분리하기 전에는 환자들이 간호 스테이션으로 불쑥 불쑥 들어왔다. 그러다보니 약재나 서류관리가 어려웠다"며 시설 변화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사실 그전에는 간호팀장실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이제 작게나마 방이 만들어지면서 간호사들이 회의도 하고 직원 면담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감염 관리 차원에서 빈 박스를 활용해 만들어 사용했던 쓰레기통, 주사통 등을 작은 물품도 모두 교체했다.
또한 EMR을 도입하면서 진료 시스템도 확 바뀌었다.
정 팀장은 "EMR를 활용하면서 낙상, 욕창 등 간호관리 평가가 한눈에 들어오니까 환자관리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예산 1억원을 투자하면서 비용 부담은 컸지만 간호관리 시스템이 대폭 개선됐다"고 말했다.
시설에 손을 대면서 감염관리도 크게 강화했다. 각종 의료장비를 쌓아놓아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던 수술실을 공급실로 전환하고 세척실과 멸균실을 구분했다. 그러자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던 수술실이 제법 괜찮은 공급실 겸 멸균실로 바뀌었다.
재활운동치료실과 같은 층인 10층에 위치해 있던 직원 식당이 지하 1층으로 옮기면서 쾌적하고 넓어진 것도 큰 변화다.
환자들이 매일 찾는 재활운동치료실 바로 옆에 직원 식당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식당 시설도 오래되다 보니 낙후하고 청결하지 못했다.
문성병원은 식당을 옮기면서 조리 공간도 대폭 넓히고 시설을 갖춰 식사의 질도 높였다. 어느새 직원들은 점심시간이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됐다.
문종명 행정팀장은 "EMR 등 인증평가를 준비하는 데 시설적인 부분에서만 약 2억원의 예산이 소요됐지만 이를 계기로 완전히 다른 병원으로 탈바꿈했다"고 전했다.
병원장은 "인증평가를 받을 것인가를 두고 잠시 고민했지만 인증과정을 거치면서 직원은 물론 나 또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며 "물론 비용이 많이 쏟아붓고 병원 경영 측면에서 팍팍해졌지만 더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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