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 개원일에 맞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라디오 방송에서 또 다시 설전을 벌였다.
서울대병원은 국가가 세운 병원을 사립대병원이 노린다고 공격했으며 세브란스병원은 그런 논리라면 서울대병원은 일본이 세운 것이라고 맞서는 등 강한 발언을 이어갔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9일 MBC 라디오 '왕상한의 세계는 우리는'을 통해 제중원 뿌리 논쟁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서울대병원 백재승 의학역사문화원장은 "제중원은 고종이 조선 정부 근대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립한 최초의 국립 서양식 병원"이라며 "고종이 계획중인 사업에 알렌의 건의가 일부 더해진 정보를 가지고 세브란스병원이 뿌리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연세의대 여인석 의사학과 교수는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렇게 따지자면 성균관까지 논쟁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 교수는 "제중원이 국가가 운영했으니 국립병원인 서울대의 뿌리라는 주장인데 그렇게 따지자면 국가가 세운 모든 것은 서울대의 뿌리라는 것 아니냐"며 "국립이라는 이유로 제중원이 서울대병원의 뿌리라면 조선의 성균관, 고려의 국자감 등도 다 서울대의 뿌리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주장은 소유권과 운영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울대병원은 국가가 세운 국립병원인 만큼 서울대병원의 뿌리라는 입장이고 세브란스병원은 운영의 주체가 알렌 등 세브란스병원을 세운 의료 선교사였던 만큼 이는 말도 되지 않는다는 주장인 것.
이날 방송에서도 이들의 주장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백재승 원장은 "당시 고종이 제중원을 일본에게 뺏기지 않으려 고육지책으로 제중원을 당시 의료 선교사인 에비슨에게 위탁했다"며 "하지만 계약 조건에 따르면 조선 정부가 원하면 언제든 제중원을 반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주장했다.
즉, 세브란스병원을 세운 에비슨과 알렌이 제중원을 운영한 것은 맞지만 엄연히 소유권은 국가에 있었고 따라서 최초의 국립대병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백 원장은 "알렌이 국립병원인 제중원을 떠나 사립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을 세우고선 사립병원이 국립병원을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단지 건물 소유권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박이다.
여 교수는 "내가 남의 건물을 빌려 병원을 운영하더라도 그 병원은 내 것이지 건물주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마찬가지로 다른 장소로 옮겨 개원하더라도 내가 있는 이상 그 병원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알렌과 에비슨이 국가 소유 건물에서 서양 의학을 전파하고 교육한 뒤 다른 장소로 옮겨 세브란스병원을 세웠는데 어떻게 이러한 주장이 가능한지 궁금하다"며 "그렇게 말하면 일본이 세운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서울대의 뿌리는 총독부 의원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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