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한증 치료를 위한 시술 과정에서 국소마취제를 과다 투여해 환자를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의사가 5억여원을 환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김종원)는 최근 다한증 시술을 받다가 식물인간이 된 환자 측이 서울 강남구 모 피부과 A 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원장의 책임은 40%로 환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5억1873만원이다.
과거 양쪽 겨드랑이 다한증을 치료하기 위해 땀샘을 제거하는 리포셋 시술 경험이 있는 환자가 2년 만에 다한증이 재발했다며 A피부과를 찾았다.
A 원장은 절연침으로 땀샘을 파괴하는 고바야시 시술을 권유했고 시술 준비 과정에서 오 원장은 국소마취를 실시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A 원장은 생리식염수와 국소마취약 리도카인을 섞어 희석액 120ml를 만든 후 자동 수액주입기로 환자의 양쪽 겨드랑이에 각각 50ml씩 총 100ml을 주입했다. 이때, 희석액에 들어있는 리도카인양은 약 330g이었다.
약물 주입을 하고 10~20분이 지나자 환자에게 의식 소실 및 강직성 간대성 경련 증상이 나타났다.
A 원장은 119에 신고한 후 두부 후굴 하악거상법으로 기도를 확보하고, 환자에게 수액을 공급하면서 스테로이드 제제인 덱사메타손을 투여했다. 119가 도착하고도 A 원장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해 전원까지 약 5~6분을 지체했다.
구급차 안에서 환자의 호흡과 맥박이 정지했고, 구급대원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K대학병원에 도착해서도 의료진이 약 5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환자의 호흡과 맥박은 회복됐다.
그러나 이 환자는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현재 최소 의식이 식물인간 상태다.
환자 측은 진료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A 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대한의사협회 사실조회, 순천향대 서울병원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등을 인용해 A 원장에게 책임이 상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원장은 독성 반응 등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과량의 리도카인을 투여했다. 국소마취제의 혈관 내 주입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리도카인 같은 국소마취제는 적절한 해부학적 위치에 알맞은 용량을 사용하면 거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지만 과다 용량을 투여하면 독성 반응이 나타난다. 중추신경계에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심혈관계 증상으로 이어진다.
재판부는 "환자 몸무게를 고려했을 때 리도카인 적정 투약용량은 192~216mg이다. 제약회사 등에서 제시하는 리도카인 투약 기준 최고 용량은 1회 300mg이다. 그럼에도 A 원장은 환자에게 적정투약용량 및 기준 최고 용량을 모두 초과하는 양을 투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자 증상은 오로지 국소마취제의 독성 반응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A 원장은 환자에게 경련에 의한 2차 손상 방지를 위한 항경련제를 투여하지 못했고 적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산소를 공급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즉, A 원장이 시행했던 스테로이드 제제 투여 보다는 항경련제 투여, 산소공급, 호흡 보조가 필요했다는 것. 그러나 A 원장은 비교적 소극적 방법으로 기도확보 후 스테로이드를 투여했다. 여기에 환자 이송까지 지연시켰다.
재판부는 "A 원장은 마취 전 국소마취의 방법 및 필요성,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부작용 발생 시 처치 및 예후, 부작용 치료를 위한 전원 가능성 등을 환자에게 설명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A 원장의 책임비율이 40%인 이유에 대해서는 ▲리도카인은 임상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국소마취제로서 비교적 부작용이 적고 안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환자의 체질적 요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환자에게 의식소실 등의 증상이 일어났을 때 오 원장이 기본적인 응급처치는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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