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켜거나 인터넷에 접속하면 온통 메르스(MERS) 얘기로 도배된지 2주가 넘어서고 있다. 정부의 서투른 초동방역 실패로 중동 일부 국가에서나 유행하던 메르스가 우리나라 전역에 확산된 것도 안타깝지만, 지나치게 왜곡 과장된 정보와 이에 영합한 일부 정치인들의 언행으로 말미암아 21세기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서 안 될 마녀사냥이 횡행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어떤 국가나 사회에 예상치 못한 큰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 군중들에게 큰 패닉(Panic)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종종 그 희생양을 찾는 경우가 생기는데, 무고한 사람들이 이른바 마녀사냥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 있어 일선 진료현장에서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않고 환자 치료에 힘쓰는 의료인들이 ‘마녀’로 몰리고 있다는 거다. 지난 주 금요일 박원순서울시장의 심야 기자회견에서도,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전염된 젊은 의사를 감염의 큰 매개체인 것처럼 호도하여 의사들이 크게 분노했다. 또 이재명성남시장이 환자돌보다 감염된 간호사의 거주지와 자녀 학교를 공개하여 물의를 빚었다.
메르스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다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 게다가 국민들의 불안까지 겹쳐 마침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으니, 최근 대전과 서울 목동 등의 몇몇 학교들에서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자녀를 강제로 귀가시킨 것이다.
아무리 일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하나, 치명적인 감염의 위험 속에서도 묵묵히 진료를 하던 의사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흉악범조차도 그 가족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기 마련인데, 의사 자녀들이 마치 죄인 취급을 받는 상황은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11만 의사를 대표하는 의협의 미지근한 대응은 불만스럽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의협이 피해사례 신고를 받고 재발 시 해당 학교의 책임을 묻겠다고 발표했지만, 유사한 사례가 또 일어나지 않도록 경고하는 데는 미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협은 지금이라도 해당 학교를 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에 고발하고,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 학생의 가족이 되는 의사를 진료 현장에서 철수시키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생기는 의료공백은 온전히 학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지금 의사들은 메르스로 인한 공포 외에도 격리나 의료기관 폐쇄로 인한 실직이나 폐업에 대한 공포까지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의사는 물론 그 가족까지 마녀사냥으로 고통을 받는다면 어떤 강인한 의사라도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의사를 마녀사냥 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우리가 다 사라지고 나면 당신들의 병은 누가 치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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