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시가 비의료인을 서구 보건소장으로 내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천시의사회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의사회 소식통에 따르면 비의료인 출신의 A 씨(5급)가 서구보건소장의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회는 서구보건소가 조만간 A 씨를 보건소장 직급인 4급으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의료계는 "보건소장은 보건소의 보건직, 간호직, 약무직 등의 갈등을 조정,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특히 지역보건사업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보건소장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어 반드시 전문적 지식과 임상경험을 갖춘 의사 임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공공병원 병원장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인천시 서구보건소의 비의료인 소장 임용에 대한 현직 공공병원장 K씨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기관명과 이름, 사진은 블라인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인천시가 서구보건소장에 비의료인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의 분노가 크다. 현재 보건소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복지부에서도 의료전문가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는데 의사와 비의료인의 보건소장 임용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누가 보건소장이 되던 원칙을 가지고 행정을 이끌면서 의료기관들을 컨트롤 할 수 있으면 되는데 직업 공무원 시스템에선 그것이 쉽지 않다.
공공의료시스템으로 볼 때 보건소가 제일 하위에 있는 단위로서 역할을 하면서 그 위로 지방의료원 및 상급 의료기관들과 하나의 시스템을 가지고 움직여줘야 하는데 현재 보건소의 역할은 미약하다고 본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지자체에서 전담해서 움직이는 시스템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복지부 소속이 아니다보니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기 보다는 그 지자체가 갖고 있는 재정이나 철학에 따라 좌우된다.
의사가 보건소장을 맡게 되면 진료기능이 강화되지 않을까.
의사가 보건소장을 하는 것은 큰 의미는 있지만 필수 요건은 아닌 것 같다. 지방의료원을 예로 들어보면 민간의료기관과 중복된 의료를 행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민간이 하기 어려운 부분을 맡아서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여러 시각이 있다. 마찬가지로 보건소에서 진료하는 부분을 놓고 볼 때도 1차 의원급과 충돌하고 있다.
장단점이 있는데 보건소에서 평상시 진료하는 인원 수는 많지 않고 비중으로 봐도 상당히 적다. 돈 1000원 아끼려고 오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진료기능 자체가 크다고 볼 순 없다.
그렇지만 주민들 보건사업이라는 것이 진료기능을 빼고 단순하게 보건만 본다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결핵이 의심되면 엑스레이를 찍고 청진기를 대야 하는데 의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특히 취약계층이 전염병을 갖고 있으면 상급병원에 가기 어렵다. 이들을 고르는 문제는 보건소가 아니면 못하는 부분인데 진료기능을 아예 없애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보건소에 의사를 더 둬서 진료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들도 나오지만 지역내 의원에서는 이를 경쟁으로 인식해 부정적 여론이 많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를 볼 때 보건소의 일차 진료기능을 조금 더 강화하자는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인천의 경우 다른 지자체에 비해 의사보건소장 비율 낮다.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의사 공무원의 월급이 낮다는 점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인천 쪽 의사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지금도 월급이 600만원 정도 밖에 안 된다. 그 정도면 의사들이 매력적으로 올 자리는 아니다.
처음부터 공무원을 하고 있는 의사가 보건소장을 하면 좋겠지만 그 금액으로 외부에서 촉탁으로 뽑기는 쉽지 않다. 또 그정도 월급 조건으로 임용된 의사들이 제대로 일한다는 보장도 없다.
보건소장의 경우 기본급은 공무원 테이블에 맞춰 호봉제로 가는데 의사들은 진료수당이 붙는다. 지자체별로 이 수당을 많이 주는 곳도 있고 적게 주는 곳도 있다. 이 문제는 지자체 장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개방형으로 뽑는 곳은 수당 신설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인천시에서 비의료인을 서구보건소장에 임용하는데 있어서 가장 문제는.
인천 의료계에 따르면 서구보건소에는 현재 근무 중인 의사가 있다. 그런 의사들에게 보건소장의 기회를 줘야 한다. (보건소에 근무 중인 의사에게)기회를 주지 않고 (행정직을)임명하는 것은 현행법상으로도 문제가 있다. 법이 있으면 지키는 게 좋을 것 같다. 의사가 낫다, 행정직이 낫다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의 문제인 것 같다.
복지부는 최근 보건소장 임용 대상에 약사와 간호사를 포함하는 내용의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료계의 반발이 크다.
우리나라 의사라면 당연히 반발할 것이다. 외국 같으면 이런 이야기조차 꺼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외국에선 의사라는 직업을 전체 보건의료의 컨트롤 타워를 하는 직종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약분업이나 한의사와의 갈등을 보면 알겠지만 의사를 하나의 직능으로 볼 뿐 보건의료 컨트롤 타워로 보지 않는다. 정부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간호사 출신의 복지부 장관은 있지만 의사 출신은 없다. 우리나라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사에 대한 불신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천시의사회는 인천시가 비의료인 보건소장 임용을 강행할 경우 지자체가 운영 중인 관련 위원회에서 의사들의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다. 오히려 시민들에 대한 반감을 사지 않을까.
일각에선 부정적 인식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의사가 보건소장을 해야 한다는데 시민들이 반대를 할까 싶다.
문제는 더 많은 의사들이 행정분야에 진출해서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의 의사들이 보건소장의 덕목인 행정력, 소통력, 보건사회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다.
행정직들이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보건소장은 행정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료야 의사를 뽑아서 맡기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의사들이 행정 파트로 더 많이 진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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