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간호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최일선에 있는 간호조무사는 비정규직의 설움, 밀려드는 업무, 환자와 의료진의 무시까지 견디며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괄간호사제가 본격 제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2013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해온 병원들이 계약 만료를 이유로 간호조무사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간호조무사들로부터 그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 "똥 치우는 아줌마 좀 불러주세요."
포괄간호서비스를 하고 있는 경기도 A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B씨는 환자의 이 말 한마디에 자존심이 무너졌다.
B씨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있는 데서는 기저귀 케어를 가장 많이 하다 보니 환자들이 간호조무사라기보다는 똥 치워주는 아줌마를 불러달라고 한다"며 "그런 소리를 듣는 간호사들도 한 팀으로서 충분히 정정해 줄 수 있을텐데 그냥 묵인하더라"고 토로했다.
#. 경기도 C종합병원은 업무 교대하는 간호조무사들의 인수인계 장소도 마땅치 않다.
간호조무사 D씨는 "수액 창고에서 의자도 없이 수액 박스를 깔고 앉아서 인수인계를 하고 있다. 이마저도 병원에서는 처치실에 있는 냉장고 옆에 서서 인계하라고 요구받고 있다. 잠깐 쉴 수 있는 장소도 없다"고 털어놨다.
포괄간호서비스는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이 팀을 이뤄 입원 환자를 보살피는 제도다. 일명 보호자 없는 병동. 간호인력이 보호자들이 해야 할 역할까지 전담하는 시스템이다.
간호보조인력은 주로 입원 환자의 기저귀 갈기, 식사보조, 목욕, 체위 변경 등의 업무를 한다. 말 그대로 보호자가 해야 할 일 모두다.
이 과정에서 간호조무사들은 1인당 평균 35~40명의 환자를 케어하며 간호사의 지시까지 수행하느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의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한 간호조무사는 "환자가 입원할 때부터 원무과에서 병동에 가면 간병하는 사람이 있다고 안내한다. 그러면 환자는 간호조무사들이 간병인인 줄 알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시킨다"며 "일례로 주말에는 목욕 케어가 20명 이상이다. 거절도 할 수 없다. 머리 감기는 매일 요구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발바닥은 물론 무릎과 손 관절이 아파서 치료를 받고 있다. 휴대전화에 있는 만보기로 얼마나 걷나 봤더니 8시간에 1만8000보 이상이었다"고 토로했다.
환자 간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만의 목소리도 고스란히 간호조무사에게 돌아온다.
또 다른 간호조무사는 "환자가 기저귀를 안 차고 침대에서 소변을 계속 보길래 기저귀를 권유했다가 보호자가 사과하라고 해서 사과했다. 신경과 병동에서 편마비 환자 식사보조를 하다가 환자들의 폭력에 얼굴이나 목을 맞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격무에 따른 스트레스도 극심한데 고용불안까지 덮쳤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에 따르면 최근 2013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해 온 4개 병원에서 20명의 간호조무사가 계약 만료로 일자리를 잃었다. 2016년 말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270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한 간호조무사는 "업무 특성상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많은데 고용불안으로 심리적 위축까지 받고 있다. 간호인력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호칭도 정확히 했으면 좋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간무협은 포괄간호서비스 인력의 제대로 된 전수조사를 통한 지원을 주장하고 나섰다.
간무협 관계자는 "포괄간호서비스는 팀 서비스다. 간호사만 하는 게 아니다. 직역 이기심을 포괄간호서비스에 반영시키면 제도 실패는 불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간호인력에는 간호사만 있는 게 아니다. 간호조무사도 간호인력이다. 간호사만 부족한 게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을 제대로 전수조사를 걸쳐 현황을 파악한 후 공공병원은 인력 규제를 풀어주고 민간병원에는 수가를 지원하는 등의 간호보조인력을 위한 방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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