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바둑기사와 인공지능 로봇의 대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누가 바둑을 잘 두느냐는 넘어 '로봇이 인간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로봇은 의사를 대체할 수있을 것인가.' <메디칼타임즈>는 의료 일선에 있는 의사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① <의사는 사라질 직업인가> 저자 김현정 서울시립 동부병원장 ②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 (복지부 정밀의료 R&D추진위원회 위원)
"충격적이다."
최근 발족한 복지부 정밀의료 R&D추진위원회 위원인 분당서울대병원 황희 의료정보센터장은 지난 9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본 소감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하지만 그는 구글의 떠들썩한 이벤트보다는 여기에 담긴 의미에 주목했다.
그는 "여론은 인간과 로봇 중 누가 이길 것인가에 열광한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발맞춰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발전 앞서 철학적 합의 시작하자"
그가 이처럼 위기감을 느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9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첫번째 대국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제프 딘 브레인팀 수석연구원이 딥러닝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헬스케어를 꼽았기 때문이다.
제프 딘 수석연구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한 대학과 공동으로 질병 진단과 치료에 딥 러닝(deep learning-알파고 기반이 된 AI기술)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의료에 AI기술이 도입되는 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얘기다.
황희 센터장은 "구글은 영리하게 움직이고 있다. 스포츠, 바둑, 퀴즈쇼 등 대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고차원적인 의료(헬스케어)까지 연결하고자 서서히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고 봤다.
그의 눈에는 구글이 최종 목표로 '헬스케어'를 삼고 있다는 게 여실이 보였다.
그는 "의료에 AI를 도입한다면 인간의 생과 사를 다루는 문제인만큼 인공지능이 가치판단을 시작하는 순간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도덕적 합의가 선행돼야한다"고 말했다.
AI기술의 발전 속도에 앞서 인류가 먼저 철학적 가치기준을 정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논의를 미뤄왔다. 다들 '설마 그런 미래가 금방 오겠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를 넘어 전세계적 혹은 인류의 문제로 인식, 논의를 시작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핵 전쟁을 예로 들며 "핵 또한 가치중립적이므로 걱정할 게 없다고 했지만 결국 전쟁까지 벌어졌다"고 "인류는 이미 기술발전에 따른 뼈아픈 경험을 한 만큼 AI의 발전을 이벤트로 몰아가는 현상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인공지능=가치중립적이다? 핵전쟁을 생각해보자"
결국 문제는 '가치중립적인 AI기술을 의료에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가령, 슈퍼 컴퓨터 왓슨을 의료에 활용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보도록 한다거나, AI에 보험청구 가이드라인을 입력해 이를 기준으로 청구를 제한하는 식으로 쓰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봤다.
황희 센터장은 "지금은 의사의 판단에 맡기지만 추후 의사의 진단 및 치료법이 AI와 다른 경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인간이 우위에 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로봇이 데이터를 통해 진단 및 치료법을 찾는 기술은 조만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감성적인 부분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다고 본다"며 "특히 의료에선 환자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만큼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 고유의 영역은 여전히 남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과거 며칠씩 걸려 정보를 습득했던 의사보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원서와 정보를 접하는 지금의 의사가 더 훌륭한 의사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는 힘들지 않느냐"며 좋은 의사는 단지 기술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님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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