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료평가제(peer review) 시범사업 연착륙을 전제로 의료인 자율징계권을 의사단체에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보건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과장은 16일 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오는 6월 시도의사회와 동료평가제 시범사업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전제로 면허정지 등 사실상 자율징계권을 의사협회에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형훈 과장은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 취지는 최근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사태 등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의료인 면허관리를 정부가 다 맡아서 하는 것은 행정적 부담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상호 신뢰를 전제로 의료인 중앙단체에 넘겨줄 생각이 있다"며 자율징계권 부여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의사협회도 같은 날 상임이사회를 통해 '면허제도 개선 및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가칭)을 보고했다.
의협은 복지부 주도로 마련된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방안과 관련 다양한 직역 참여와 의견수렴을 거쳐 의료인 단체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실효적인 면허제도 개선 및 자율징계권을 확보하겠다는 특위 취지를 설명했다.
이형훈 과장은 의료계 일각의 동료평가제 우려와 관련해 "협의체 논의를 통해 의료계 내부 사정을 제일 잘 아는 것은 동료의사라는 점에서 도입하게 됐다"면서 "의사 모두가 조사대상이 아니다. 조사대상과 범위는 의견수렴을 통해 한정해 결정할 것으로 감시체계라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대화 창구는 의사협회로 단일화한다는 게 원칙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시도의사회장이 복지부 실장과 대화를 거부한 것은 의사협회에 힘을 실어주려는 뜻으로 이해한다"며 의료계 내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배석한 임강섭 사무관은 "이번 개선안은 복지부가 신뢰회복하자는 제스처를 의료계에 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동료평가제가 동료의사 봐주기라는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나 휘둘리지 않으면 신뢰회복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료평가제 대상 의사에 대한 의료계 우려감도 해명했다.
의료자원정책과 권혜나 사무관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자와 민원 다발생자 등은 동료평가제 예시일 뿐 세부기준은 의사협회와 논의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면서 "현격한 장애나 면허재교부, 보수교육 미이수, 민원 등 비윤리적, 비도덕적 행위가 큰 틀에서 대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형훈 과장은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고 논란이 되는 것을 심의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성을 갖춰지면 진료행위적절성심의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여 사실상 자율징계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라며 "리베이트 등 행정적 처분을 제외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한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사협회와 협의를 거쳐 동료평가제 세부기준을 마련해 오는 6월부터 시도의사회 중심으로 약 1년간 시범사업 실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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