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제와 전문가평가제(구 동료평가제)를 통해 긴밀하게 이어가던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관계가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평가제의 세부 내용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 특히 의협이 복지부의 독단적인 행동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범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28일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가 평가제 시범사업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추 회장은 "의사면허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해 신뢰를 지켜가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의협도 적극 공감하고 있다"며 "전문가 평가제에 힘을 보탠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한 면에서 의협은 전문가 평가제에 대한 시범사업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협회가 마련한 안에 대해서만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복지부가 독단적으로 제시한 안은 절대 받지 않겠다는 의지. 의협이 같이 타고 가던 배를 멈춰 세운 이유다.
실제로 의협과 복지부는 지난 2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월부터 전문가 평가제 시범사업을 실시할 것을 발표했다.
문제가 생긴 것은 복지부가 별도로 제시한 자료가 의협과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의협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복지부가 발표한 비도덕적 진료행위 8가지. 이에 대한 찬반을 떠나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파트너와 상의도 없이 무작정 공개한 것은 분명한 복지부의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추무진 회장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의협의 입장을 전달했는데도 복지부는 면허제도개선 관련 의료법 하위법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며 "이 입법예고안에도 협회와 상의하지 않은 내용이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나 비도덕적 진료 행위에 대해 윤리위원회의 행정 처분 요청을 경고부터 자격정지 1년까지 유연하게 처분하기로 합의했지만 법안은 자격정지 12개월로 고정됐다"며 "합의 내용과 정면으로 상충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시범사업은 추진하되 복지부가 독단적으로 마련한 안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 회장은 "복지부의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사전 합의되지 않은 부분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심층적인 검토와 협의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문가 평가제는 의료계에서도 숙원했던 면허제도 개선 방안인 만큼 시범사업은 이어갈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도를 정비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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