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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의 배신…골든타임 가로막는 전원체계

발행날짜: 2016-10-10 05:00:59

병원 내 의료자원 확충 구멍…타 병원 협력체계 구축도 불발

최근 전북대병원으로 온 중증외상환자가 전원에 실패해 결국 사망에 이른 사건은 2가지 의문과 함께 현재 권역응급 및 권역외상센터 시스템 개선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전북대병원이 전원을 요청했던 13개 의료기관은 왜 환자 전원을 거부했을까. 그리고 환자 전원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왜일까.

<의문1> 13개 의료기관은 왜 환자 전원을 거부했을까

최근 전주 반월동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2살배기 A군과 그의 할머니는 후진하는 견인차에 치여 골반과 다리가 골절되는 상해를 입었다.

전북대병원 및 응급의학계에 확인한 결과 A군은 골반 뼈를 심하게 다치고 발목 골절이 심각해 접합술을 요하는 상태였다.

다시 말해 미세수술을 통해 접합술을 받지 못할 경우 발목 절단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 이런 이유로 A군이 처음 이송된 전북대병원 측은 타 병원에 전원을 요청하면서 접합술 가능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수술을 통해 발목을 접합한 이후 충격으로 으스러진 골반을 맞출 수 있는 의료진이 필요했지만, 전북대병원이 전원을 요청한 대학병원에는 당장 미세수술을 할 만한 의료진이 없었다.

미세수술은 다섯손가락을 수술하는데 10시간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오랜 시간과 정교함을 요하는 수술. 반드시 필요하지만 시간과 노력에 비해 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대학병원에선 미세수술이 끊긴지 오래다.

즉, 앞으로 A군과 같은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번 사건과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지금과 같은 응급의료 시스템에서 이런 일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우리 병원이 아니어서 다행일 뿐"이라고 자조섞인 반응을 보였다.

전북대병원을 비롯해 전원을 요청한 병원 중에는 권역응급은 물론 권역외상센터도 포함돼 있었다.

복지부는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고자 전국 41개 의료기관을 권역응급센터로 지정해 1300억원의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등 중증외상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위한 것으로 전국에 17개 지정(현재 13곳)해 각 외상센터에 설치비 80억원, 외상 전담의사 1인당 연간 1억 20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 중이다.

외상센터 연도별 국비 지원 현황 (단위:백만원) 자료제공: 최도자 의원실
각 권역센터 지정 기준 및 조건에는 병원 내에서 응급 및 외상환자 진료에 필요한 자원(의료진 및 시설)을 확충,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만약 병원 내 의료자원으로 해결이 어렵다면 지역사회 혹은 타 병원간 협력체계를 갖춰서라도 응급 및 외상환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권역센터에 지정된 병원들이 향후 주요 계획으로 지역사회 응급의료시스템 개선을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계획일 뿐. 현실에 반영되지 않았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윤한덕 센터장은 "권역센터라면 전담인력을 모두 채워서 운영하지는 못해도 각 진료과목별로 협력체계를 구축하던지 아니면 타 병원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북대병원을 비롯해 전원 요청을 받은 전남대병원, 원광대병원 내에서 미세수술이 어렵다면 해당 권역 내 미세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라도 갖췄어야 한다는 얘기다.

<의문2> 환자전원에 왜 3시간이 걸렸나

또 한가지 의문은 환자 전원에 왜 이렇게 오래걸렸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전원 요청에 실패한 탓이 크지만 중앙응급의료센터가 환자 전원조정센터를 운영, 상황실에서 전원 가능한 병원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왜 늦어졌을까.

현재 전원조정센터는 서울, 경기, 대구, 경북 지역만 서비스를 제공, 사건이 발생한 전주지역의 경우 해당 병원이 자체적으로 전원 요청을 하다가 안 되면 따로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에서도 전원 조정센터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의료진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 또한 정부가 구축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전원센터를 일부 지역에 국한해 운영하는 것도 문제지만 해당 지역에서도 홍보가 부족해 응급의학과 이외 타과에서는 모르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에 대한 홍보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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