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이 사실상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공인인증서 문제부터 의료기기 부분까지 대폭 손질에 나선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차례나 경고했던 부분을 이제서야 고치냐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할 산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TF팀은 최근 회의를 열고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의협은 만관제가 지금 상태로는 더이상 확대되기 힘들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범사업이 시작된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실제로 환자를 받은 의원이 절반도 되지 않는데다 환자 참여도 극도로 저조하게 흘러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이러한 다급함은 그동안 수차례나 문제로 제기됐지만 수정되지 않았던 문제들을 대폭 손질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절실히 드러난다.
가장 먼저 공인인증서. 공인인증서 의무화는 시범사업 시작전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된 문제였다.
과연 만성질환을 가진 연령대 환자들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활용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연이어 나왔지만 정부는 보안 등을 이유로 이를 고수했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의사들마저 환자들을 교육하고 설득하는데 지쳐 이를 포기하기 시작했고 일부에서는 의사들마저 너무 어려워 포기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정부는 공인인증서 부분에 대한 개선을 서둘러 준비중이다. 공인인증서가 없는 환자들이 만관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과연 공인인증서 없이 어떻게 보안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며 "조만간 복지부에서 방법을 찾아 가져올 듯 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아이폰에서 만관제 프로그램이 돌아가지 않는 부분도 개선에 들어간다. 아이폰 이용자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선 것. 이에 따라 복지부는 공단에 앱 개발에 필요한 예산 등을 조율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시범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단이 추진했지만 크게 성과를 내지 못했던 교육과 홍보 부분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개원의의 특성상 교육에 참여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공단 직원들이 직접 의원을 방문해 교육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범사업 참여 안내문을 만들어 각 의원에 비치하고 환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이를 배포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특히 공단에서 단체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로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단 직원이 해당 의원을 1대 1로 맡아 시범사업을 독려하는 안내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정책기조를 급선회하며 만관제 살리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의료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A내과의원 원장은 "몇번이나 문제를 지적할때는 거들더도 안보더니 지쳐서 나가떨어지니 이제와서 잘 해보자고 하면 순순히 따라가겠느냐"며 "대부분 참여기관들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의사들이 의지가 있고 뜻이 있을때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였다면 상당히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직도 일부에서는 시범사업에 필요한 기기조차 못받은 상태인데 무슨 활성화는 활성화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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