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주 브로커가 활동한다는 소문을 들었다…미국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한다…진실을 밝히고 싶다…마굿간에서 균주를 발견한 사람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공문서 위조도 의심된다…앞으로도 의혹 제기는 계속된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니 반복되고 있다. 언급만 들어보면 비난의 대상은 사기꾼이거나 못해도 파렴치한 쯤은 돼야한다.
의혹을 제기한 쪽은 이득을 얻었을까. 도덕, 윤리적 우위는 커녕 "남의 잘 되는 사업에 딴지 거는 것이 아니냐"는 카운터만 맞았다. 패배자만 있는 이 게임은 그래서 더욱 기묘하다.
1일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둘러싸고 메디톡스가 또 한번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 핵심은 역시나 대웅제약 보툴리눔 제제 나보타의 균주 출처가 '의심'된다는 똑같은 소리였다. 요약하자면 "물증은 없지만 심증이 간다"는 말이다.
균주 논란의 근본 원인은 허가 과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톡스 제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기반해 허가를 내준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보툴리눔과 같은 고위험군질병체 발견시 신고토록 했을 뿐 균주 출처나 기원에 대한 직접 확인은 하지 않는다.
대웅제약 입장에서 보면 관계당국을 통해 적법하게 승인 받은 제품에 대해 경쟁업체가 불법을 운운하는 것이 곱게 보일리 없다.
쉽게 말해 절차상 허점이나 문제가 있다면 관계 당국의 '행정 절차'를 타겟으로 삼아야지 왜 경쟁업체를 타겟으로 삼았냐는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메디톡스의 경쟁업체를 향한 언플이 헛다리 짚기가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정현호 사장은 "식약처에도 허가 기준 강화에 대해 수 차례 촉구했다"며 "하지만 법규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만들어질리도 없기 때문에 업체를 상대로 공개 토론을 요구한 것이다"고 해명했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관계당국을 타겟으로 삼지 않은 건 오히려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만만한 경쟁업체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의혹 제기에 따른 반사이익이 문제 제기자에게 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메디톡스의 자사 균주 취득 관련 해명도 궁색하긴 마찬가지.
메디톡스는 균주 국내 반입 시점 이후 보툴리눔 균주 취급에 대한 여러 규정들이 생겼다며 반입의 적법성을 강조했다.
자사의 균주 취득 과정은 법에 저촉되는 것이 없는 만큼 적법하다는 논리를 편 반면, 적법한 행정 절차를 거친 경쟁업체의 제품은 의심된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메디톡스가 주장이 언플이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근본 원인이다.
정현호 사장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제제를 지목해 "미국 FDA의 승인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도 만일 승인이 나면 균주 출처 해명 촉구를 지속하겠다고 못박았다.
메디톡스가 불을 지핀 만큼 결자해지의 의무도 메디톡스에게 있다. 심증만으로 이런 논란을 지속하려 한다면 언플이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힘들다.
지금이라도 예고했던 소송을 진행하든, 행정 절차에 공식 문제 제기를 해서라도 합리적 의심의 '진정성'을 확인시켜 줘야 한다.
메디톡스는 "국민 안전을 위해 총대를 멨다"는 이유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다.
이제 메디톡스에겐 합리적 의심보다 '합리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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